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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배민, '제2의 타다' 되나…성공하면 죽이는 스타트업 "누가 창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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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개선책 마련할 것" 사과…이재명 "세무조사하겠다"

"제2의 타다 보는 것 같아…O2O 시장과 기업 성장 막는 조치"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4.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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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내 새로운 수수료 정책 '오픈서비스' 도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IT 스타트업 업계는 "배달의민족이 제2의 타다가 됐다"며 하소연이다.

나아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일각에선 "정치권의 희생양이 타다에서 배달의민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6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공정국,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배달 앱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대책회의는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을 계기로 이뤄졌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일 출시한 배달의민족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기존엔 광고상품은 1건당 월 8만8000원을 내면 되는 정액제(울트라콜) 위주였다.

문제는 자금력 있는 점주가 과도한 광고비용을 내고 지역광고를 독식하며 나타났다. 울트라콜 이용 점주는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아 매장을 홍보할 수 있는데, 월 1000만원을 내고 200개의 깃발을 꽂는 점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깃발꽂기로 영세 점주가 배달 시장에서 도태되자 우아한형제들은 대안으로 '수수료 중심 체계' 운영을 택했다. 회사는 "오픈서비스로 매출이 높은 53%가 내야 하는 비용은 증가하지만 47%는 줄어든다"며 "수수료 체계는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공평한 체계로 많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점주는 "배달의민족이 배달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해 과도한 이유를 추구한다"며 "매출규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정률제로 소상공인 부담이 커졌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지사도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을 두고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책회의에서 "경기도 차원에서 시군과 함께 (배달 앱 운영사) 세무조사를 통해 적정하게 요금이 책정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공공 배달 앱 개발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후보들은 '공공 배달 플랫폼 개발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자영업자를 나락으로 내모는 배달업체의 횡포를 억제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IT 스타트업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치계가 스타트업이 성장할 환경을 죽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달의민족과 같은 국내 500개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서비스 사업자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정치계가 몇안되는 성공한 스타트업을 저격하며 관련 기업·시장의 성장을 막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0월~12월에 시장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O2O 서비스 기업의 매출액은 약 2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4% 증가했다. 그중 분야별 매출은 식품·음식 분야가 8400억원(28.4%)으로 가장 높았으며 모빌리티·물류(6400억원·22.5%)가 뒤를 이었다.

국내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표는 "이재명 지사가 '배달 앱은 기술혁신이 아닌 단순 플랫폼'이라는 발언에서 우리나라가 플랫폼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며 "월 1000만명이 이용하는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치계가 타다를 혁신으로 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018년 가능성을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이 된 이후에도 장사교육, CSR 등 다양한 활동으로 스타트업의 동경이 됐다"며 "이처럼 좋은 본보기가 됐던 스타트업이 정치계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데 누가 스타트업 맘 놓고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공공 앱의 등장 자체는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배달앱 1,2위간 인수합병으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8.7%를 장악하게 된다. 문제는 공공앱의 경쟁력이다. 경쟁력 없는 공공앱은 '혈세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국내 외식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제대로 된 공공 앱이 나와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건 건강한 일"이라며 "점주들이 인수합병으로 과도한 수수료 인상, 광고료 인상에 대한 우려하는 것에 동의하며 이는 앞으로 카드사처럼 사회적 타협을 통해 조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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