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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19 전자팔찌' 홍콩·바레인 시행중…방역 vs 인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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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원 명령·당국 권한부여도…뉴질랜드 과학자 여론몰이

'극단적 자유침해' 거부감 속에도 팬데믹에 일부국가 시행·논의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홍콩에 도착한 여행자가 격리 관리용 손목밴드를 착용한 모습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한국 보건당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자 관리방안으로 검토하는 손목밴드(전자팔찌)는 앞서 홍콩과 바레인에서 먼저 도입돼 시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식별정보를 담은 큐아르(QR) 코드 등이 찍힌 방수 손목밴드는 위치정보(GPS) 칩이 내장돼 있고, 격리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휴대전화와 연계돼 운영된다.

당국은 격리 대상자가 격리 장소를 이탈했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현재 시행 중인 추적 앱만으로는 격리자가 휴대전화를 남기고 격리장소를 벗어나면 당국이 알 도리가 없지만, 손목밴드 같은 인체 착용형 감시 장치를 함께 쓰면 손목밴드 착용자가 휴대전화로부터 일정한 거리 이상 멀어지면 당국이 그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 즉시 대응할 수 있다.

바레인 당국은 더 확실한 감시를 위해 격리자에게 무작위로 불시에 사진 전송 요청을 보내 격리자가 얼굴과 손목밴드가 들어간 사진으로 응답하도록 했다.

바레인은 이달 초부터 손목밴드와 앱을 이용한 격리 관리에 나섰으며, 홍콩은 지난달 하순부터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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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진단 앱 깔고 입국한 영국 유학생
(영종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네덜란드 유럽 5개국에서 출발해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가 시행된 지난달 1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런던발 항공기를 타고 온 유학생이 자가진단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0.3.15 kane@yna.co.kr



한국은 현재까지 앱과 휴대전화 위치정보로 큰 구멍 없이 격리자를 관리할 수 있었지만 교민과 유학생 귀국으로 관리 대상이 5만명에 이르고 더욱 늘어날 상황에 처하자 새로운 관리대책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강력한 코로나19 관리로 유명한 대만에서는 원린현 더우난(斗南) 당국 등 일부 지ㅏ방정부가 손목밴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지난달 알려졌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코로나19를 퍼뜨릴 위험이 큰 특정 격리 대상자에게 법원 판결을 받아내 전자발찌를 강제한 사례에 이어 최근에는 법원이 지방 당국에 그러한 감시장치 부착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달 6일 웨스트버지니아주 법원은 격리 조처 이행을 거부하는 확진자에게 지방 당국이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미국의소리방송이 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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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찬 러시아 피고들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200명에 그쳐 '성공적 방역' 모델로 평가받는 뉴질랜드에서도 유명 과학자가 손목밴드 도입을 촉구하며 여론을 조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체 착용형 감시장치는 격리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보편적 인권인 자유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감시를 두고 방역을 위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인지 과도한 권리 침해인지를 놓고 각국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8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유행이 중국과 아시아에 국한됐을 때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각국 매체는 한국 정부가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접촉자 추적에 활용하는 것을 두고도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악화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창궐하자 휴대전화 위치정보 이용에 대해서는 방역을 위해 인정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나 웨어러블 감시장치는 휴대전화 위치정보 활용과는 차원이 다른 직접적인 인체 감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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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외출자제령이 내려진 말레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주민 활동을 감시하는 무인기.
[AFP=연합뉴스]



국제 인권단체 프라이버시인터내셔널은 방역을 빌미로 채택된 각종 비상사태법령, 추적과 감시에 대해 전 세계적인 규모로 주민의 자유가 유례 없는 공격을 당했다"고 비판했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가 전했다.

옥스퍼드대학의 줄리언 사불레스쿠 교수(철학)는 NYT에 "우리가 자유와 복지, 자유와 보건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갈등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방역을 빌미로 강력한 감시수단을 도입한 당국이 향후 다른 목적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감시가 '일상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홍콩은 지난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거세게 일었고, 바레인 당국은 일부 서방 매체를 중심으로 반체제 인사 탄압 등 인권 침해 비판을 받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에릭 바에케스코프 교수(공공정책)는 알자지라에 "이러한 새로운 대책이나 규정이 일단 시행되면 변경하거나 폐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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