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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채팅창에 답 적어요" "필기 확인합니다"…딴짓 걱정하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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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온라인 개학 첫 날 '진땀'…로그인 못해 수업 못 듣고, 캠 없어 친구들 얼굴 못 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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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과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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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캠이 있는 친구들은 켜고 얼굴을 보여주세요. 우리 학생들 보고싶네, 눈물겹다."

"우리 친구들 수업 다 잘 듣고 있나요? 교과서에 꼭 직접 필기를 하면서 들어야 합니다. 나중에 등교하면 선생님이 다 확인할 거예요!"

전국 중3·고3이 사상 초유의 첫 온라인 개학에 돌입한 9일,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는 아침부터 원격수업 준비로 분주했다. 긴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나와 선생님, 친구들을 만나는 학생들로 활기에 넘쳐야 할 교실에는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혼자 뿐이다.


"개학식 놓친 학생들, 원격수업서 '캠' 없어 얼굴 못보는 학생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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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과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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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1교시 온라인 개학식이 시작됐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은 137명. 아침 일찍 일어나 개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온라인에 접속한 학생은 93명이다. 학교는 스마트기기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개학 전 기기를 미리 대여해줬지만 모두 접속할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개학 첫날부터 수업을 놓칠세라 학교장 인사를 시작으로 개학식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곧바로 오리엔테이션에 들어갔다. 데스크탑,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기가 제각각이고 접속환경도 달라 수업 참여 방법을 꼼꼼하게 알리고 또 확인했다.

숭문중은 원활한 원격수업 접속을 위해 학교 자체적으로 일주일만에 '학습 지원 사이트'를 급히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학년별로 출석을 체크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구글클래스'로 안정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

온라인 학습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오전 11시, 3교시 영어수업이 시작됐다. 교실에 홀로 앉은 교사는 헤드폰을 끼고 '줌'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과 실시간 화상으로 만났다.

많은 학생들이 개학식을 놓쳤지만 원격수업에는 116명이 참여했다. 기기 문제로 로그인을 못한 학생들은 이후에 수업 영상을 듣고 진도를 따라가야한다.

노트북 카메라로 얼굴을 드러낸 교사와 학생들은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고 출석을 체크했다. 로그인 기록과 화면 영상, 채팅창 참여 여부로 실시간 출석 체크가 가능하다. 하지만 카메라가 장착된 기가 없는 상당수 학생들은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얼굴도 확인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이름을 부르며 연신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학생이 스마트기기 앞에서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필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해 답답함도 느껴졌다.

영어 단어와 구문 공부가 시작됐다. "채팅창에 빈 칸에 들어갈 답을 적어 올려볼까요?" 교사의 주문에 학생들이 부지런히 답을 입력했다. "교과서에 선생님이 알려준 내용을 직접 써야 합니다. 나중에 등교해서 선생님이 확인하고 수행평가에도 반영할 거예요." 학생들의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한 참여 독려가 계속됐다.

"아직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참 재미있겠죠?" 학생들은 낯선 수업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교사 혼자 '웹캠'과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 받고 토론하는 수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보였다.


"학생들 참여·집중 높이려 애쓰는 교사들…시행착오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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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고등학교가 고3과 중3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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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수업이 끝나고 10분 쉬었다 오전 11시55분, 4교시 수학 수업이 시작됐다. 구글 클래스룸에 접속해 교사가 사전에 제작한 콘텐츠 중심 녹화 수업을 듣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이다. 학교에서 학생이 제 시간에 접속해 영상을 보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수업을 켜놓고 졸거나 다른 짓을 해도 지도할 방법은 없다.

숭문중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한 학년이 같은 시간표로 움직이게 일원화하고 1~2교시는 원격수업, 3~4교시는 콘텐츠 중심 녹화수업, 점심식사 후 오후에는 과제중심형 수업 위주로 골고루 배정했다. 과제는 당일 밤 10시까지만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해준다.

숭문중은 그래도 원격수업과 구글클래스 활용 경험이 많은 학교다. 태블릿PC 91대, 학생용 데스크탑 30대, 노트북 43대, 무선AP 32대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3월에 개학 연기 와중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온라인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반면 경험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제 때 로그인해서 원격수업과 콘텐츠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아예 연락이 두절되는 학생들의 경우 교사가 유선연락을 취하고 필요한 기기를 대여해주는 등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숭문중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고 학교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기기와 인프라 문제도 있지만 결국은 교사가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를 준비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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