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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완치받고 사망···"코로나 후유증 뇌 조심하라" 과학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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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중인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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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완치율(확진자 대비 완치자 비율)이 9일 국내 기준 66.9%에 이르는 가운데, 세계 과학계에서 코로나19 완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80대 여성이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경북도는 “기저질환으로 인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8일(현지시간) “중증까지 갔던 코로나19 환자에게 바이러스 완치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완치자들이 겪을 신체ㆍ정신적 후유증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료진과 연구자들의 주장을 분석했다. 이들은 기존 연구에 비춰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해 폐나 심장ㆍ뇌 질환과 관련된 합병증뿐 아니라 인지 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렌 페란테 미국 예일대 의대 폐질환중환자치료(PCCM) 전문의는 “우리가 앞으로 몇 달 동안 가장 많이 직면하게 될 문제는 어떻게 완치자들의 회복을 도울지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폐→심장, 뇌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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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엑스레이에서 이상소견이 없었던 환자의 CT 사진(같은 날 촬영). 윤순호 외 6명. 〈COVID-19에서의 영상의학적 소견: 한국 환자 9 케이스 분석〉대한영상의학회 국제학술지(Korean Journal of Radiology). [사진 K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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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에 따르면, 후유증 위험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신체 부위는 ‘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폐의 공기주머니인 폐포(허파꽈리)에 염증이 생기면, 폐에 물이 차고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교환되지 못한다. 이 상태가 심각해지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되는데, 자가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페란테 박사는 이로 인해 ‘폐 섬유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폐 섬유화란, 심한 염증으로 폐에 상처가 남아 조직이 굳고 딱딱해져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보통 인공호흡기 치료를 오랜 기간 했을 때 나타난다. 산소에 있는 독성 때문에 60% 이상 농도의 산소 주입은 폐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폐 질환이 심장이나 뇌 질환으로 이어져 또 다른 후유증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 사친 옌데 미국 피츠버그 의대 교수는 사이언스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런 후유증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렴이 기저질환이나 체내 염증과 만나면 심장 마비ㆍ뇌졸중ㆍ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거 연구결과를 근거로 들면서다. 옌데 교수 등이 2015년 미국 의학회지(JAMA)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폐렴에 의한 입원이 심혈관 질환의 단기와 장기적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폐렴 입원 환자와 대조군의 약 10년간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의 34%가 입원 이후 심혈관 질환(심근경색, 뇌졸중, 치명적 관상동맥질환)을 경험했다. 폐렴을 앓았던 사람은 감염 이후 30일 이내에 심혈관 질환 발생위험이 대조군 대비 약 4배 높았고, 특히 ARDS와 같은 심각한 폐렴 환자의 경우에는 30일 이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약 6배가량 높았다.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근육 퇴화나 정신 질환 우려도



중환자 재활 분야 권위자인 데일 니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Post Intensive Care Syndrome)’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는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이 우울증이나 신체ㆍ인지기능 저하 등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코로나19에서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증후군은 아니지만, 현재 코로나19 감염자 중에는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2주 이상으로 긴 편에 속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위험군이라는 것이다. 니덤 교수는 “치료사가 옆에서 환자의 팔다리를 움직여주는 등의 재활이 도움이 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감염 위험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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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의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사진 Naitional Foundation for Infectious Diseases]


정신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웨슬리 엘리 미국 밴더빌트대학 교수는 “장기적인 인지 장애가 올 수도 있다”며 “바이러스에 의한 전신 염증이 뇌로 가는 혈류를 제한하고 뇌세포를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2007년 사스(SARS)로 입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완치자 3분의1 이상이 1년 후 심각한 우울과 불안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옌데 교수는 폐렴과 패혈증 환자들의 병원 재입원을 막기 위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건강 상태를 추적하고 원격으로 치료하는 치료법을 시범 운영 중이다. 테리 허프 미국 워싱턴대 교수도 사이언스에 “퇴원하는 코로나19 완치자들의 명상과 대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바일 앱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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