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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생님 카메라에 한참 설명하다 "아이고"···첫 온라인 강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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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9일 경기 수원시 고색고등학교를 방문해 온라인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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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9시 수업 시작을 울리는 종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지자 박준범 경기도 수원 고색고 교사는 마이크를 손에 쥐고 “수업준비를 해달라”고 말했다. 박 교사 앞엔 학생 대신 그를 찍는 카메라 한 대만이 있었다. 박 교사 왼편에 위치한 TV에는 “잘 안 들려요” “작게 들려요”라는 학생들의 채팅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정원 34명인 이 수업에서 시작 당시 온라인 수업에 접속한 사람은 28명. 박 교사는 “지금은 들리나요”라고 마이크 상태를 계속 확인하며 “지금은 괜찮다”는 답이 학생 사이에서 나오자 수업을 시작했다.



“잘 들리나요?” “안 들려요” 시작부터 버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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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고색고에서 박준범 교사가 한국지리 과목을 설명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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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 고3 교실 풍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중·고교가 이날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원래 3월 2일 예정이었던 개학이 미뤄진 지 38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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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접속 상태를 볼 수 있는 TV화면. 학생들이 입력하는 말은 팝업창처럼 계속 나타난다.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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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리를 가르치는 박 교사는 이날 지도의 기호를 설명했다. 온라인 수업 특성상 얼굴을 마주한 소통이 불가능하다 보니 학생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A학생. 기억나요? 적극적으로 (채팅을) 올려주세요” “축구 잘하는 B학생. 뭘 표현한 것 같아요?”

박 교사가 기호를 그리며 한 학생에게 “이거 뭐 같아요?”라고 묻자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이 올라왔다. 또 다른 학생은 “음…”이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답을 맞힌 한 학생은 “ㄱㅇㄷ(개이득)”이라는 말을 채팅창에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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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고색고 방상규 화학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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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화학Ⅱ가 진행된 과학 교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상규 교사는 세슘 구조 모형을 손에 들고 카메라에 갖다 대며 말을 이어나갔다. “결정 구조에서 반복되는 가장 간단한 기본 단위를 단위세포나 단위 격자라고 하는데…”

카메라 앵글에 모형이나 교사 얼굴이 제대로 안 잡히는 경우가 있다 보니 방 교사는 이런 말도 했다. “아이고 이렇게 하면 안 보이겠다. 화면이 두 개가 있는데 번갈아가면서 보세요.”

이윽고 1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흘러나오자 선생님들은 “10분 쉬고 오전 10시 10분부터 수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프린트물 없으면 어떡해요” “구글 클래스룸 코드 알려주세요”라며 수업 중 못다 한 질문을 했다.



교사·학생 모두 “기술·장비 문제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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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고색고등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개학식에 참석해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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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선도학교인 고색고는 앞서 2주 동안 원격수업을 시범 운영하며 온라인 개학을 사전 준비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 미비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교사는 “방송 송출하는 데 있어 기술이나 장비 등이 선생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며 “와이파이가 모든 교실에 연결되지도 않았다. 과목에 따라 교사 개인이 또 다른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도 기술적 문제를 언급했다. 이날 고색고를 찾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학생들은 원활한 원격수업 진행을 위해 ▶스마트기기 지원 필요성 ▶원격수업 접속 안정성 확보 등을 건의했다.

유 부총리는 “온라인 특히 쌍방향 수업 준비에 필요한 기자재는 학교를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 수업 접속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연결이 끊기거나 갑자기 용량이 초과해 접속자가 많아지다 보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관계기관과 협의해 불완전성을 최소화하고 용량도 넓혔다”고 말했다.

수원=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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