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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해리스 美대사 11월 사임" 외신 보도에 외교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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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재임기간 내내 한미 적대감 증대, 큰 좌절감"

군장성 출신…직설적 화법, 외교관에 맞지 않는단 지적도

뉴스1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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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도널드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11월 이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외신 보도가 외교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계속 한국에 남아있을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또 해리스 대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미국 콜로라도에 은퇴 후 살 집을 마련했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통신은 특히 전임자들이 평균 3년씩 재임하며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과 달리, 재임기간 내내 한미간 적대감이 증대돼 해리스 대사가 큰 좌절감을 느꼈을 것으로 봤다.

보도가 나간 뒤 주한미국대사관은 입장문을 내고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는 물론 훌륭한 한국민 및 독립성을 보장받는 언론과 적극 소통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대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해리스 대사가 실제 사임의 뜻을 밝힌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미 간 각종 현안 조율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외교가에선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해리스 대사 부임 이후 한미 양국 간엔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각종 갈등 현안이 많았고, 해리스 대사는 백악관의 뜻을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여러 뒷말을 남겼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놓고 한미가 이견을 보였을 때는 "비핵화"를 강조하며 미국의 입장을 전했고, 또 한미 방위비협상과 관련해 지난해 1월엔 청와대를 찾아가 미국의 증액 요구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선언 이후 미국 정부에서 수차례 "우려와 실망"의 반응이 나오면서 외교부가 미국 대사로는 이례적으로 해리스 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초치 직후 예정됐던 재향군인회 주최 강연이 취소됐고 참석이 예고됐던 연구기관 주최의 포럼에도 나타나지 않아 한국 정부에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지난해 10월엔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미 대사관저에 기습 진입해 농성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또 올 초엔 남북협력 제안 등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가 발표된 직후, '속도조절론'을 공개적으로 밝혀 여권으로부터 "조선 총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아울러 지난 1월 중반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독자적 남북협력 추진 구상에 미국과의 사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해 또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이를 둘러싸고 해리스 대사가 군 장성 출신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충성하는 모습을 지나치게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직설적 화법이 외교관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해군이었던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한 해리스 대사는 자신에 대한 비난의 상당 부분은 출신 배경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월 외신 인터뷰에서 "나는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출신 배경 때문에 여기(한국) 미디어들, 특히 소셜미디어들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내 콧수염은 어떤 이유로 여기에서 일종의 상징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 우호 증진과 한국인들과의 거기를 좁히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엔 대사관 직원들과 '짜파구리'를 먹으며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을 축하하는 모습을 SNS에 올렸다.

또 지난달엔 인천공항을 찾아 미국행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출국 전 검역 현장을 둘러본 뒤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한국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응 노력에 감동받았다"며 "모든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또 올해 1월1일엔 새해 인사를 전하며 Δ아직 가보지 못한 충청북도 방문 Δ잡채 만드는 법 배우기 Δ필립 하비브 탄생 100주년 기념하기 Δ아직 못해본 플라이 낚시 하기 Δ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리기 Δ맛있는 한국 야구장 간식 맛보기 등 10가지 결심을 소개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전직 군인이자 24대 주한미국대사다. 2018년 2월 주호주미국대사에 지명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요청으로 같은 해 5월 주한미국대사로 재지명됐다. 미국 의회 인준 절차를 거쳐 같은 해 7월 공식 부임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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