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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국·유럽 코로나 봉쇄 완화 채비…경제 챙기다 2차 폭증 부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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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루 확진자 3만4천→2만~3만

거리두기 지침 이달 말 완화 검토

유럽도 외출제한 등 해제 만지작

경제 충격 커 봉쇄완화 서둘러

코로나19 재확산 부추길 우려도


한겨레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이 8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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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는 징후를 보이면서 이 지역 국가들이 봉쇄령을 완화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더는 경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동한 것이지만, 자칫 누그러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다시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둔화가 예정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발병이 감소세로 접어들 때 단계적으로 봉쇄조처를 해제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비 벅스 태스크포스 조정관도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한 연방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이달 말 완화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16일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음식점 식사 안 하기’, ‘10인 이상 모임 안 하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한 차례 연장해 이달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가파르던 확진자 수 증가세가 완만하게 바뀌자 조심스럽게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달 23일 1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 4일 3만4천명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2만~3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낙관론에 종종 반대 견해를 보여왔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이번주 이후 전환점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이날 필수업종 노동자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곧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자체 격리 지침을 완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유럽 국가들도 봉쇄령 완화 조처 검토에 들어갔다. 오스트리아 티롤주가 지난 7일 외출제한령 등을 해제했고, 덴마크는 15일 유치원과 초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이동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이었던 이탈리아에서조차 다음달부터 이동제한령을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벨기에와 프랑스, 스페인 등은 언제, 어떻게 이동제한 등을 완화할지 검토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이처럼 봉쇄령 해제를 타진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건강 보호가 여전히 최우선 고려 요소지만 국가의 엔진을 너무 오래 꺼놓고 있을 수는 없다”(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으로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세계 노동자의 81%인 27억명이 실업 혹은 노동시간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8일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13%에서 최대 32%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성급한 봉쇄 완화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이날 화상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일찍 대책을 내려놓아 바이러스가 재확산되게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너무 일찍 병상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 병이 도지고 합병증을 갖게 될 위험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도가 14일 시한인 전국 봉쇄령을 연장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 13억명의 인도는 3주 동안 진행한 봉쇄령을 오는 14일 풀 예정이었지만, 이날 긴급 지도자 회의를 열어 봉쇄 연장으로 선회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보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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