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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사업 포기 말고는…" 면세점, 상반기 계획 다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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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도 국내 면세점들이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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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감소에 인천공항 면세대전·해외진출 '올스톱'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 면세점들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 계획했던 목표를 미루거나 전면 수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자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 해외 진출 확대와 같은 굵직한 사업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 됐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면세업계 1·2위인 롯데·신라면세점은 우선협상권자로 선정됐던 DF4(주류·담배), DF3(주류·담배) 구역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 입찰을 포기했다.

대기업 면세점이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후 운영권을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면세점업의 특성상 상징성이 굉장히 크다. 특히, 이번 입찰을 진행하면 10년 간 해당 구역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요건에도, 높은 임대료 부담에 결국 두 손을 들게 된 것이다.

그간 면세점들의 임대료 부담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올해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 첫 공고가 떴을 당시에도 높은 임대료에 대상 구역 5개 중 2개 구역이 입찰이 유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제4기 면세사업권 임차료는 오는 9월을 기준으로 1년차엔 입찰 시 낙찰받은 금액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운영 2년차부터는 직전년도 여객 증가율을 기준으로 최대 9%까지 임대료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올해 여객이 급감해 내년 상황이 정상화될 경우 여객 급증이 예상된다"며 "이대로 계약하면 내년에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늘지 않아도 임대료가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들의 손실만 해도 3월 한 달에만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면세점 업체들은 인천공항에서만 연간 약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가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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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해외 진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면세점들의 수익성 강화 목표가 코로나19로 인해 달성이 어려워졌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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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간 면세점들은 업체간 경쟁 과열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올해도 활발한 해외 진출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모두 연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초 개점 예정이었던 다낭시내점 오픈 일정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연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사업권을 확보한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도 6월에 문을 열겠다는 계획이지만, 하늘길이 다 막혀있는 상황에 문을 열어도 정상적인 영업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올해 해외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로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홍콩국제공항에서 각각 화장품·향수 등 면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도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올 1분기 신라면세점 싱가포르공항점과 홍콩공항점은 각각 94억 원, 6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미국 괌 공항점과 베트남 다낭 공항점 등 해외 점포 10곳을 임시 휴업 중이다. 신라면세점도 도쿄와 푸켓의 시내면세점 2곳을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안으로 잠잠해진다고 해도 현지 소비 침체 등을 우려해 상반기에 예정된 해외 사업 일정을 하반기로, 하반기 일정은 내년으로 미루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국가간 여행객이 줄면서 면세점 이용객이 최장 기간 최대 규모로 추락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황이 예측하기 어려워 더욱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면세점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추가 지원방안을 요청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두 차례 공항 임대료를 경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업계 간의 입장차로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공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면세사업자 임대료 20%를 할인해주는 대신 내년도 할인을 포기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 면세점으로서는 내년에는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이 줄어든 데 따른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태가 진정돼 여객 수가 정상화되면 2022년에는 9% 더 많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 사실상 감면의 실익이 없어진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사실상 '제로(zero)'인 상황에서 생색내기나 조삼모사 대책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상생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코로나19로 흔들리는 세계 1위 한국면세시장을 기재부가 중심이 돼 국토부, 공항공사, 관세청등 유관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때"라고 강조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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