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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view] 글로벌 공급망 중국 탈피 ‘넥스트 노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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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경제 어떻게 달라질까

최악땐 세계무역 -32% 성장률 -8.8%

소비지·본국 근처로 생산망 재조정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변화 가속

비대면 소비 영구히 자리잡을 수도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재 경제활동을 접었다. 글로벌 석유 수요는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철도가 수송하는 자동차와 부품 물량은 70%나 급감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8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전 세계 유행으로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글로벌 무역이 무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WTO는 올해 세계 무역이 낙관적 시나리오로도 13% 하락해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올해 무려 32% 하락해 대공황 때인 1929~32년 평균치 수준까지 급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는 코로나 이전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중앙일보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무역량 예측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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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4월11일자)가 커버스토리 ‘생존 비즈니스(The business of survival)’에서,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올리버 톤비 맥킨지 아시아 회장과 조나단 워첼 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이 최근 작성한 보고서 ‘아시아에서 넥스트 노멀이 탄생할 것인가(Could the next normal emerge from Asia?)’에서 이 문제를 집중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와 맥킨지 분석의 공통점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의 퇴조를 예고한 부분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의 재조정이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애플은 열흘치 재고만 유지하지만, 아시아에 있는 애플의 핵심 공급업체인 폭스콘은 41일치 재고를 쌓아둔다. 부품 재고를 더 많이 비축하고 생산의 상당량은 본국과 가까운 곳에서 고도의 자동화설비를 활용해 만드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올해 국경을 넘는 투자는 30~40% 급감할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대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겠지만 회복 탄력성(resilient)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맥킨지도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지역화(regionalization)으로의 변화’를 넥스트 노멀로 꼽았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 고리인지 보여줬다. 특히 원자재 수요의 집중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구리, 철광석, 정련용 석탄, 니켈의 글로벌 수요에서 50~70%를 차지한다. 이에 따른 공급망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큰 방향은 최종 소비자에게 더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고 공급받는 것이다. 맥킨지는 기업들이 공급망을 중국에서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특히 일본 자동차 회사와 한국의 전자업체가 중국 밖으로 제조공장을 옮기는 생산기지의 다양화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신기술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란 예상도 비슷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구 전체가 전자상거래, 디지털 결제, 원격근무에 대한 특강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신기술 채택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포함해 의료의 혁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했다.

맥킨지도 전자상거래와 원격근무·교육 도구 등 새로운 기술 도입이 활발해진다고 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딩톡(DingTalk), 위챗 워크(Work), 텐센트 미팅(Meeting) 이용이 급증했다. 한국의 쿠팡과 SSG.com에서 물품 배송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사례로 들었다. 맥킨지는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비접촉(비대면) 거래가 영구적인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분석의 차이점도 눈에 띈다. 특히 위기 대응에 나선 정부를 보는 시선에서 온도차가 뚜렷했다. 맥킨지는 “위기 때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자원을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하는 게 핵심적인 역할이며 국민과 기업은 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민관 협력’을 강조하면서 긍정론을 펼친 셈이다. 정부는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업은 고용과 인력 재배치를 위한 책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계약설 다시 생각하기(Rethinking social contracts)’는 표현까지 썼다.

이코노미스트 “코로나 이후 기업 독과점, 정실주의 심해질 것”

모든 인간은 천부의 권리를 가지며, 자연 상태에서 이러한 자유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계약을 맺어 국가를 구성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국가에 위임했다는 게 사회 계약설이다. 맥킨지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의 우선순위를 양보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간 협력도 거론했다. 호주 수퍼마켓 체인인 울워스(Woolworths)는 콴타스 항공과 협력해 실직한 항공사 직원들에 2만 개의 새 일자리를 제공했으며, 라이벌 기업인 콜스(Coles)·알디(Aldi)와 함께 신선식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공급망 확보에 협력하고 있다. 맥킨지는 “2040년엔 아시아가 전 세계 소비의 40%와 GDP의 52%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존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아시아 세기(Asian Century)’가 시작되는 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이코노미스트는 위기 이후 장기적으로 기업 독과점과 정실주의(cronyism)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부채보다 현금이 많은 500여 글로벌 대기업은 시장 확대를 위해, 혹은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봤다. 국가가 위기 대응을 위해 민간에 현금을 쏟아부으면서 정부 몸집은 더 커졌다. 나라 경제를 위해 ‘전략적으로(strategic)’ 필요하다는 기업은 점점 늘고 있다. 일부 대기업과 정치권은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고 잡지는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되면 부정이득은 더 늘고 경쟁은 더 줄어들며 경제 성장은 더 지체된다”며 “유권자와 소비자와 투자자는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경호 경제에디터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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