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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주열 “올해 1% 성장 쉽지 않다, 글로벌 침체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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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이번엔 0.75%로 동결

2차 충격에 대비 인하 여력 남겨

중앙일보

이주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출렁이던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상황이 나빠질 때 대비해 쓸 카드를 남겨놓겠다는 의미다.

이주열(사진) 한은 총재의 경기진단은 심각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글로벌 경기는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이러한 경기 부진이 일정 국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겪는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위기 때보다도 훨씬 더 충격 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경제도 이러한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나리오를 전제할 때 올해 1%대 성장률로 가기는 조금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2분기 이내에 진정돼 3분기부터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되는 것이다. 이 경우를 전제로 0%대 성장을 시사한 것이니 더 최악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이 총재는 “플러스 성장은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런 충격은 사실상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1980년 2차 오일쇼크(-1.6%), 외환위기(-5.1%) 이후 역대 세 번째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빨리 잡힌다고 해도 이미 내상이 작지 않다”며 “공장이야 다시 돌리면 되지만 서비스업의 광범위한 피해를 복구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3월 기준금리 인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한국판 양적 완화’인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등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금융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 같은 단기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긴급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혹시 모를 2차 충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남겨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Fed처럼 특수목적법인을 정부 보증하에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한은이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서는 것도 마다치 않겠다는 뜻이다. 현재 구조상 한은이 회사채나 CP를 직접 살 순 없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정부가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V)에 자금을 제공해 회사채·CP를 매입하는 우회로가 있다. 정부가 보증하는 형태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사상 첫 0%대=한편 국내 금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입장) 기조와 국고채 매입 계획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38%포인트 하락(채권값 상승)한 연 0.986%에 장을 마쳤다. 다른 시장 금리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0.062%포인트 떨어진 연 1.202%,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0.073% 내린 연 1.438%를 기록했다. 채권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채권 가격이 뛰고, 채권 금리는 하락한 것이다.

장원석·황의영·정용환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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