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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말로는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실제론 재난지원금 숫자 경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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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5]여도 야도 실종된 ‘경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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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9일 서울 종로 유세에서 “코로나를 거치며 상처 받은 ‘코로나 세대’를 어떻게 살릴지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부터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외치며 등판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 충남 유세 현장에서 “코로나19가 지나면 ‘경제 코로나’가 밀려올 것”이라며 “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정책의 전환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2일부터 전국을 무대로 이어져 온 정치권 선거운동의 핵심 주제는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이었다. 여야 모두 말로는 앞다퉈 ‘코로나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경제 공약이나 경제 전문가 후보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21대 국회에서 차근차근 실행할 수 있는 경제 활성화 대책보다는 일회성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숫자 경쟁만 벌이고 있어 ‘표(票)퓰리즘’만 극성을 부리는 형국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공약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원내 1, 2당이 진지하게 국가 경제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을 했더라면 공약이나 후보들부터 내실을 갖췄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미 1월부터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가 많이 거론돼 온 상황인데도 여야가 성의 없는 선거 대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정치권도 규제 완화가 위기 극복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게 됐을 것”이라며 “현재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산업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신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신산업 동력을 키우겠다고 공약했어야 한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이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단순히 ‘친기업 대 반기업’이란 구도로 나눠 생산적인 공약을 짜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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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 서울역 투표소 소독 4·15총선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9일 방역업체 직원들이 서울역 역사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는 지역에 상관없이 신분증만 가지고 가면 전국 3508곳 투표소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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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선 현장 목소리가 1, 2당의 공약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주요 경제단체 중 각 정당에 공식적으로 경제 관련 공약 의견을 전달한 곳은 중소기업중앙회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주요 정당이 단기적인 코로나19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데 급급해 산업계의 핵심 현안이나 현장의 목소리조차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이미 규제에 발목이 묶여 진척되지 못하는 사업들을 공약이라고 앞세운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은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바이오 △핀테크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혁신형 기업을 양성하겠다고 했지만 수도권 규제 등에 대한 부담으로 지금도 기업들이 섣불리 국내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투자를 해야 관련 중소벤처기업들이 따라가는 구조인데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통합당은 경제 활성화 공약으로 △법인세 인하 △상속·증여세 개선 등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법인세, 상속·증여세, R&D투자세 인하를 모두 반대하는 정부 여당 법안을 두고 어떻게 처리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관광·콘텐츠 등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글로벌 해운물류업 강화 등은 박근혜 정부 집권 당시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을 다시 꺼낸 것이기도 하다.

양당 모두 경제 이슈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부족하다는 것도 경제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이어진 위성정당 졸속 창당 과정에서 직능 대표성을 갖춘 비례대표 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경제 살리기 맞춤형 후보 추천이 부실했다는 것. 더불어시민당은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창당되는 과정에서 앞 번호 상당수를 군소정당 및 시민사회 몫으로 배치했다. 미래한국당 역시 공천 파동 속에 비례후보 명단이 뒤바뀐 탓에 정작 인물 면면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지현·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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