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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 대출 10일로 단축" 박원순 약속에 은행권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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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약속 지키려면 다른 코로나 지원책 늦어질 것" 우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자금 신청부터 대출까지 걸리는 기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은행권의 속내는 착잡하다. 박 시장의 약속을 지켜주려면 정부가 내놓은 다른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책 처리는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제1·2금고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서울 각 지점에 ‘서울시 민생혁신금융 전담창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 창구에서는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서울형 골목상권 119 긴급자금, 서울형 이자비용 절감 대환 자금 등에 대한 상담과 실제 자금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 지원책들은 지난달 23일 박 시장이 발표한 ‘민생금융 혁신대책’의 일환이다. 당시 박 시장은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제공하는 신용공급 규모를 기존 3조8050억원에서 5조900억원으로 늘리고, 자금 신청에서 대출까지 이르는 모든 절차를 10영업일 이내로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코로나19 금융지원이 통상 2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폭 단축된 것이다.

조선비즈

박원순 서울시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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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 시장이 내건 ‘열흘의 약속’을 지키려면 정부가 시행하는 다른 금융지원책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권의 판단이다. 이미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업무로 과부하가 걸린 은행권은 주52시간 초과근무 허가까지 받은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우리은행이 열흘 안에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대신 다른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은 모두 다 제쳐놓고 서울시 금융지원에만 매달려야 겨우 시한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시중은행 이차보전 프로그램’을 비롯해 각종 코로나19 관련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심사 업무가 몰려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보증업무까지 위탁 수행 중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지난달 전국 지신보에 150명 규모의 직원을 파견했고, 본부 인력 60여명을 영업점으로 급파했다. 신한은행도 본부 직원 50여명을 조만간 영업점에 보낼 예정이다.

자칫하다 열흘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섣불리 기한을 약속하지 않는다"며 "대출 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굉장히 많아 기한을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기한에 맞추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가고, 그에 대한 민원은 은행에 온다"며 "누구를 위한 열흘의 약속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달 총선을 앞두고 나온 ‘선거용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금융권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열흘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선거가 끝나면 서울시의 관심이 급격히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나온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선거가 끝나면 결국 다 은행에 떠넘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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