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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교회는 막고, 룸살롱은 풀어줬다? 코로나19 봉쇄 진실 혹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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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대형 룸살롱 확진자 발생에 개신교인들이 뿔난 이유는

방역 당국 “실제로 행정명령 한 교회는 한곳, 유흥업소는 40곳”
한국일보

코로나19 확진자가 일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유흥업소 ‘ㅋㅋ&트렌드’ 출입구 앞이 7일 한산하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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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교인들이 잔뜩 뿔이 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몇몇 교회들이 주일 예배를 강행하면서 모든 교인들이 싸잡아 비판을 받아온 상황이죠.

그런데 최근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참아왔던 울분이 폭발한 겁니다. 자신들에게는 행정명령 카드를 적극 꺼내 들었던 서울시가 강남 유흥업소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온 것 아니냐는 거죠.“코로나19 시국에 예배를 드리는 게 나쁘냐, 유흥업소에 가는 게 나쁘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교회랑 다른 업종이랑 기준이 다르다?
한국일보

4일 서울 대치동에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가고 있다. 교육당국이 여러 차례 권고했음에도 수업을 계속 해 온 대형 입시학원들은 9일부터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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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집단 감염의 우려가 큰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운영 중단을 강력히 권고해 왔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은 교회나 성당, 절 등 종교시설과 헬스장, 요가교실 등 체육시설, 주점이나 클럽 등 유흥시설, 그 외 지자체가 정한 PC방 등 추가 업종시설이 포함됐는데요. 다시 말해 교회만이 아니고 헬스장, 주점 등 모두 똑같이 운영 중단 권고를 받은 셈이죠.

하지만 말 그대로 ‘권고’일 뿐입니다. 생계에 위협을 받는 이들이 문을 열겠다고 하면 그 자체를 막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지난달 21일 1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다중이용 시설이 지켜야 할 방역지침을 알려줬는데요. 문을 닫지 않고 영업을 하는 다중이용시설이 이 지침을 어길 경우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시설 폐쇄 조치까지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단속을 철저히 하겠다는 거죠.

종교시설은 정규 예배뿐만 아니라 기도 모임과 같은 작은 행사에도 방역 관리자를 반드시 두도록 했습니다. 입장 시 발열 여부와 마스크 착용 여부를 반드시 검사하고 참석자끼리는 1~2m 거리를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업종들은 어떨까요. 학원의 경우엔 강사와 학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요. 강의실 내 학생 간 간격은 최소 1~2m 이상 유지하도록 했죠. 또 소독과 환기는 1일 2회 이상 실시하고 감염관리 책임자 지정도 필수입니다. 학원 시설 출입자 명단 작성도 의무화했습니다. 업종 특성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방역지침이 교회와 다르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이런 지침을 잘 따르고 제대로 단속을 하느냐는 거겠죠.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는 지난 7일 수강생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이 학원에서는 발열 검사를 하지 않는 등 필수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는 지난 2주 동안 영업중단 인센티브(100만원 한도 내) 까지 내걸고 잠시 문을 닫아달라 유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원 휴원율은 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 32.1%, 서울시 18.6%에 그쳤다고 해요.

◇단속은 교회만 했다?
한국일보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 단체 대화방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방역 당국의 단속 상황을 공하고 있다. SNS 캡처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주일예배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에 2주간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죠. 시의 권고에도 대규모 예배를 밀어붙이자 단속에 나섰고요. 신도간 거리 유지 등 방역수칙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방역지침에 따라 행정명령을 내린 겁니다. 여기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죠.

교회만 유독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들이 나온 이유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도 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대구 신천지 교회 사례에서 보듯, 교회는 예배 등에 참석하는 인원 숫자가 수백명, 수천명까지 되고 이 인원이 찬송을 하면서 비말 감염 가능성이 크다 보니 다른 다중 이용 시설보다 집단 감염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교회 단속에 더 신경을 쏟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물론 유흥업소에 단속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서울시가 지난 2주 동안 파악한 결과, 운영 중이던 유흥업소는 422곳이었는데요. 이중 방역 지침을 어긴 40개 업소에 대해선 집합금지 행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영등포구의 한 업소는 영업 중단 권고를 어겨 고발조치를 당했구요. 단속건수로만 보면 유흥업소가 훨씬 더 많은 거죠.

하지만 실제 지침 위반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단속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번에 강남 룸살롱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만 봐도 그런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죠. “알고도 눈 감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서울시가 부랴부랴 8일부터 서울시내 유흥업소 4,600여곳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는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단속을 했다면, 이날부터는 아예 문을 닫도록 한 겁니다.

◇유흥업소도 억울하다고?
한국일보

서울시내 유흥업소가 몰려 있는 홍대 앞 거리에서 8일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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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지난 5일까지 영업 중단에 협조한 서울 시내 유흥업소들이 90%가 넘는데요.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2차로 길어지면서 하나 둘 영업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더 이상은 매출 중단을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을 한 거겠죠.

유흥업소도 다른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월세 등 임대료가 나갑니다. 그런데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적용 대상에서 유흥업소와 주점 등은 빠지면서 “지원도 못 받는데 월세 내려면 문을 열어야지 어떡하냐”는 볼멘 소리들이 나온 겁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시국에 유흥업소를 적극 찾는 고객들까지 양해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학원이나 교회, 운동 시설과 달리 유흥업소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닐 테고요. 더구나 이번에 적발된 유흥업소는 영업방식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룸살롱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왜 우리만”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정부 방침에 모두 협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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