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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귀에 걸지도 못하는 천 마스크에 5200억원? 일본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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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마스크 전국 배포에 466억엔 투입

야당에선 "경제 지원 놔두고 이런 거 할 때냐"

'아베노마스크' 비판자들, 불량 마스크 논란 재점화

일본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 시행하기로 한 마스크 배포사업에 세금 466억엔(약 5200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나눠주는 마스크가 감염 방지 효과가 크지 않은 천 마스크라 “전시성 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NHK 등 일본 매체 보도를 보면, 후생노동성은 마스크를 확보하고 전국에 보내는 데에 총 466억엔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33억엔은 올해 예산 예비비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절반은 올해 경정 예산안에 편성할 예정이다. 466억엔 중 338억엔을 마스크 구매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당 260엔(약 3000원) 꼴이다.

배포 대상은 전국 5850만 가구다. 가구당 천 마스크 2장씩 총 1억3000만장을 도쿄도 등 감염자가 많은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배포한다.

예산 규모가 공개되면서 ‘전시성 행정’에 돈을 잘못 쏟아붓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나 기업에 지원해야 할 상황에서 효과가 작은 마스크 배포 정책으로 눈 가리기를 하느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의 긴급 경제대책이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그런 일(마스크 배포 정책)을 하고 있을 때냐”고 지적했다고 도쿄신문 등 일본 매체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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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사전에 보육기관 등에 배포한 마스크 사진을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입수해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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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었던 ‘불량 마스크’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일본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지난 5일 트위터에 ‘후생성에서 마스크를 받은 간호직원이 비명을 질렀다. 귀에 거는 곳이 고무가 아닌 끈이라 귀에 걸지 못하고 마스크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 당혹감이 번지고 있다’고 썼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도 비슷한 내용의 비판글과 함께 직접 받은 마스크를 인증한 글이 올라와 있다. 이들이 업로드한 사진을 보면 귀에 거는 고리가 신축성이 아니고, 입 부분도 새의 부리처럼 톡 튀어나왔다. 이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이번 정책을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마스크)’라 부르며 조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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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 방송이 마스크 배포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공개한 새 마스크. /NHK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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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부터 새로 배포될 마스크는 모양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NHK에서 촬영한 새 마스크는 직사각형에 귀에 거는 고리가 커진 형태다. 모양은 전보다 개선됐지만 역시 얼굴을 가리는 부분의 재질이 천이어서 바이러스를 막는 효과는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은 ‘기침이나 재채기 등의 비산을 방지할 수 있고 손이 입과 코에 닿는 것을 막아준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9일 오후 “천 마스크 1장을 평균 20번 정도 빨아서 쓴다고 하면 1억장이라고 쳐서 20억장 분량이 된다. 평상시 마스크 수요의 4~5개월분에 해당한다”면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 등을 감안하면 대체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이태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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