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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7세 아이 입에서 "트럼프 미쳤다"···中, 코로나 과잉선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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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여자아이가 ‘중국 코로나’ 주장을 반박하고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9일 게재한 기사의 제목이다. 환구시보는 유튜브 홍콩 ‘굴기TV(屈機TV)’에 올라온 7살짜리 여자아이의 영상을 인용해 “어른보다 언어와 논리 기술이 뛰어나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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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는 9일 '7살 여자아이가 ‘중국 코로나’ 주장을 반박하고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환구시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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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이름이 우뤄통(吴若彤)이며 7살이라고 밝힌 어린아이가 1분 57초동안 영어로 하는 말이 담겼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는 행복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고 말을 꺼낸 아이는 “학교도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나고 디즈니랜드도 갈 수 없다. 벌써 두달동안 집에만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나는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아빠, 엄마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써놓은 글을 보고 읽는 듯 시선을 계속 화면 밖으로 움직인다. 이상한 건 다음부터다. 그는 “코로나는 세계적 비상 사태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를 막을 책임이 있다”며 “신종 코로나는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데 이용되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한다. 그러면서 “7살인 나도 아는데 어른들은 이걸 왜 모르나?”라고 되묻는다.

이어 “세계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잊고 서로 비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바이러스는 정치 논쟁에서 승리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상은 문장이 끝날 때마다 편집돼 있어 아이에게 여러 번 읽게 한 뒤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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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1분57초의 영상동안 계속해서 화면 밖을 바라보며 문장을 읽고 있다. [유튜브 굴기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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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이가 말했다고 보기 힘든 이 발언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을 향해 연일 쏟아내는 주장과 일치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책임론 주장에 대해 “자신들의 곤경 때문에 더이상 핑계와 희생양을 찾지 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은 세계 각국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외교부 대변인인 자오리젠(趙立堅)역시 “중국의 이름을 더럽히는 건 바이러스 자체보다 위험하다. 중국 사과론은 근거도 없고 도리도 아니다”라며 격한 비난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12만 9000회를 넘으며 인기를 끌자 홍콩 굴기TV는 지난 5일 이 아이를 다시 인터뷰해 영상을 게재했다. 이번엔 제작진이 아이에게 직접 질문을 했다.

Q : 일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를 중국바이러스라고 부르는데 동의하나?

A : 동의 못한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왔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이러스는 야생 동물에서 나왔고, 야생동물은 전세계에 살기 때문이다. 누구도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알 수는 없다.

Q : 트럼프 대통령이 누군지 아나?

A :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다.(he is boss of USA)

Q : 그가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보나?

A : 아뇨. 그는 미쳤다(he‘s crazy). 그는 마스크를 대신해 스카프를 착용하면 된다고 했는데 바이러스는 스카프를 통과한다. 그리고 숨을 쉬면 바이러스가 코 안에 들어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전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스카프가 (마스크보다) 낫다. 이게 더 두껍다”고 답했다. 그러자 미 CNN과 폴리티코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스카프가 마스크보다 효과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스카프나 두건은 보호장구가 부족해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의료진이 고려해볼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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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굴기TV 제작진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는 데 동의하냐"고 물었고, 아이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유튜브 굴기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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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의 조회수 역시 20만을 넘었다. 댓글 837개는 대부분 중국어로 달렸다. “이 아이가 어른보다 낫다”, “훌륭한 부모. 아이를 잘 가르쳤다”, “어린이가 트럼프보다 똑똑하다”는 내용이다. 환구시보는 이 아이를 가리켜 ‘홍콩 미래의 희망’이라고도 전했다.

반면 아이를 선전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어린애가 저런 내용을 어떻게 아나? 부모가 써준걸 그대로 읽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7살 아이에게 저런 짓을 시킨 게 누군지 궁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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