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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온라인 개학으로 다문화가정 중고생 학습 결손 굉장히 심각… 대학생 멘토링 제도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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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교육 전문가 김만호 선문대 교수
한국일보

다문화교육 전문가인 김만호 선문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자신이 최근에 출간한 책 ‘다문화가정의 교육전략은 따로 있다’를 들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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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으로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권 결손은 굉장히 심각할 것입니다. 교육부가 이제부터라도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중3ㆍ고3 학생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김만호(56) 선문대 교수는 다문화 학생들의 수업권 피해가 신경 쓰였는지 마음이 무척 분주해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우리 사회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전대미문의 길로 든 날이었다.

지난 2월 다문화 교육 관련 서적 ‘다문화가정의 교육전략은 따로 있다’를 출간한 김 교수의 입에서는 ‘심각’, ‘방치’라는 단어가 수시로 나왔다. 교육부는 20일 모든 초ㆍ중ㆍ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한다. 김 교수를 만나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고민과 대안 등을 들었다. 국제결혼이 늘면서 국내 다문화 가정의 학생은 12만2,000여명(2018년)에 이른다.

김 교수는 다문화 학생 중에서도 중ㆍ고교생들의 학업 부진에 높은 우려를 표시했다. “초등학생들은 공립학교에서 저소득층 및 맞벌이 부부 자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교실’에서 부분적으로 양육과 학습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감독 역할을 할 부모가 곁에 없어 휴대폰과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만 쳐다봐야 하는 실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온라인 개학이 한 달만 되도 문제인데, 코로나19 사태가 더 지속될 경우 일반 학생과 다문화 학생 간 교육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 초기지만 저소득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학습권 침해는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 교수는 다문화 학생의 피해에 주목한다. 다문화가구의 교육 여건이 열악 그 자체인 탓이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맞벌이 비율이 70~80%에 이른다.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집에서 화면으로 교사가 준비한 학습 분량을 수동적으로 듣는다.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때보다 이해도가 훨씬 더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다문화 가정의 절반은 월 수입이 200만원에 못 미친다.

대한민국 교육은 사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 이런 탓에 다문화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일반 가정의 대학 진학률(73%)보다 크게 뒤진다. 그는 “온라인 개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번을 계기로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 여건이 개선된다면 불행 중의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초ㆍ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결손 방지를 위한 대학생 멘토링 도입, 방과후학습 프로그램 개선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특히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쌓은 기초학력이 대입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유아, 저학년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장학재단이나 교육 단체가 실시 중인 자기주도학습 캠프를 방학 기간 각 교육청 별로 도입하고, 학부모 역량 강화를 위한 별도 교육을 병행할 것도 제안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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