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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레저홀릭] 뉴노멀 `코로나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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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꼰대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재택근무·온라인 개학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세계 경제 시스템이 격변을 일으키면서 '전통 꼰대'들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바퀴벌레 뺨치는 적응력으로 버티는 전통 꼰대의 변종, '코로나 꼰대'의 등장이다. 우리 같은 미생들은 코로나19보다 '코로나 꼰대'가 더 무섭다. 방심한 틈을 타고 쑥 허를 찔러 버린다. 이참에 정리해 드린다.

1. 원격 점검형

으뜸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코로나 꼰대 유형이다. 이들의 주문은 이렇다. 윗분들한테 보고해야 한다며 재택 하는 모습을 찍어 보내란다. 이 코로나 꼰대의 머릿속에는 기본적으로 '재택근무=노는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다.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하다 잠깐, 답을 늦게 보내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태업을 했다는 의심이다. 아, 마지막 퇴근 시간 전 지시. 오늘 한 업무를 가볍게 정리해 보내달라는 주문이다. 왜? 답변은 한결같다. 윗선 보고용.

2. 기어이 출근형

재택 하라는데 굳이 회사로 출근한다. 왜? 그래야 마음이 놓이니까. 이 꼰대, 위험하다. '사무실=편한 공간'이라는 강박이 근저에 작용한다. 까놓고 얘기해 보자. 일하는 공간인 사무실이 집처럼 아늑하다면 그건, 상식적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집이 불편하고 사무실이 편하다니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게다가 이 유형, 꼭 하는 일이 있다. 팀원들과 공유하는 메신저에 굳이 '난, 회사'라는 멘트를 날린다. 이런 유형은 창립기념일에도, 주말에도, 명절에 단축근무를 해도 사무실을 지킨다. 이 꼰대의 아류형. A팀은 재택임에도 출근하던데, 우리 팀도 출근할까, 고민한다. 그대의 꼰대 근성에 경의를 표한다.

3. 정장 강요형

한마디로 미쳤다. 재택근무에 정장을 강요한다. 거기에 이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라고 말한다. 이유? 한결같다. 윗선 보고용이다.

4. 이 와중에 회식형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가 너무 넓어졌다며, 회식을 강요하는 최강 코로나 꼰대. 이들에게 코로나19는 가벼운 감기로 비친다. 코로나19 예방법을 이들에게 물으면 대답이 한결같다. "나 때는(꼰대 필수어 '라떼(나때)'로 꼭 말문을 연다) 소주잔에 고춧가루 타서 마시면 암도 나았어. 코로나? 소주로 소독하는 거지 뭐." 아, 급기야 잔도 돌린다. 모름지기 '폭탄 1잔'씩은 필수라며 건배를 외친다. 이건, 답이 없다.

어떤가. 당신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이런 말이 있다. 포커 판에 1시간이 지나도 호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호구가 바로 당신이라고.

▶코로나 꼰대를 위한 AS: '재택근무=노는 것'으로 여기는 코로나 꼰대들을 위해, 익명의 직원이 올린 '재택근무 감상'을 소개한다. '재택근무 1일 차: 3월 2일 18시 7분=하루 종일 걸렸던 작업을 2시간 컷하고 하루 종일 놀았당…. 사무실에서는 왜 효율이 안 날까. 화상회의는 내 얼굴만 띄워놓고 딴 화면 보니까 소리만 듣고 개꿀. 재택근무 2일 차: 3월 3일 17시 18분=하루 종일 걸리던 작업이 2시간으로 줄고, 하루 만에 1시간 42분 컷에 성공했다. 사수가 화상회의할 때 화면 안 보는 거 티 난다고 적당히 하라고 알려줬다. 부장이 집에서 일하니깐 정신이 해이해진다고 세미 정장은 입고 일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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