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1 (일)

VIK ‘돌려막기’에 신라젠 자금 50억 쓰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철 前대표 판결문 등 살펴보니

투자자들 수익금 지급에 사용… 재판부 “전형적인 금융사기”

檢, 이용한-곽병학 영장청구

항암 치료제 개발 업체인 신라젠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이철 전 대표(55)가 신라젠에서 빌린 50억 원을 VIK의 수익금으로 돌려막기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신라젠과 VIK의 자금 거래 전반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이 전 대표의 판결문 등에 따르면 VIK 직원 김모 씨는 “2014년 11월 VIK 6호(관광에이전트) 투자자에게 140억 원대 수익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다른 종목의 투자금으로 들어온 돈을 전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VIK의 또 다른 직원 이모 씨는 “신라젠으로부터 차용한 50억 원과 블루사이드 2차, 로커스 등의 투자 명목으로 모은 투자금이 VIK 6호의 수익금 지급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투자자 3만 명으로부터 7000억 원가량을 불법 모금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VIK는 2013년부터 신라젠에 450억여 원을 투자하고 매각해 수백억 원대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VIK는 2014년 1월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중국 VIP 고객관리 사업에 투자하면 9개월 뒤 18% 확정 수익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총 124억 원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수익금 지급 시기가 도래하자 다른 후속 투자 종목을 만들어 투자금을 모집한 뒤 이를 마치 실현 수익인 것처럼 속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돌려막기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음에도 거의 모든 투자 종목에서 원금과 목표수익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거짓 믿음을 유발 내지 강화한 전형적 금융 사기”라고 비판했다.

VIK의 공격적 영업 방식으로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커졌다. VIK는 영업사원 95% 이상을 보험사 출신으로 채운 뒤 유치한 투자금의 최대 8.5%를 수당으로 지급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원금 보장을 언급하면서 18∼35%의 높은 목표수익률을 제시했다.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신라젠의 이용한 전 대표이사(56), 곽병학 전 감사(56)에 대해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표 등은 항암 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실험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보유 주식을 팔아 손실을 최소화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장관석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