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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공 걷어내랴 꽂으랴… 쉴 틈 없던 서른 “이등병으로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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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앞둔 현대캐피탈 전광인

동아일보

현대캐피탈 제공


전광인(29·현대캐피탈·사진)은 요즘 고 김광석의 히트곡 ‘서른 즈음에’와 ‘이등병의 편지’ 사이에서 쉼표를 찾고 있다. 한국 나이로 서른 살에 군(상근예비역) 입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입영통지서가 나오면 전광인은 배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잠시 코트를 떠나게 된다.

전광인은 10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2018∼2019) 시즌에 팀을 정상으로 올린 뒤에는 ‘현대캐피탈에 우승하러 왔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좋지 못한 결과(정규리그 3위)가 나와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 “군 생활이 배구 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것 같다. 배구 인생에 쉼표를 잘 찍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쉼표가 필요하긴 했다. 전광인은 2019∼2020시즌 프로배구 남자부를 통틀어 ‘제일 바쁜’ 선수였다. 서브 리시브 점유율(36.3%)과 공격 점유율(21.5%)을 합쳤을 때 전광인보다 높은 기록을 남긴 선수는 없다. 이렇게 소속팀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와중에 국가대표팀 멤버로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까지 다녀왔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가 소화하기에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전광인은 첫 프로 팀이던 한국전력 시절부터 왼쪽 무릎 통증에 시달렸으며 2018∼2019시즌이 끝난 뒤에는 결국 수술을 받았다.

대표팀 차출은 성적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공격 쪽이 그랬다. 대표팀 합류 전 52.8%였던 전광인의 공격 성공률은 이후 47.1%로 떨어졌다. 범실을 포함해 계산하는 공격 효율은 0.357에서 0.269가 됐다.

전광인은 “도쿄행 티켓을 놓쳐서 그런지 대표팀에 다녀온 뒤 뭔가 기운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휴식기를 맞으면서 컨디션이 올라오더라. 나뿐 아니라 우리 팀 모든 선수가 그랬다. 그래서 ‘봄 배구’는 정말 자신이 있었는데 시즌이 그대로 끝나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전광인(오른쪽)이 지난해 9월에 얻은 아들 루안을 꼭 끌어안고 있다. 전광인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배구연맹(KOVO)은 3월 23일 시즌 잔여 일정을 취소했다. 그런 뒤에야 팀의 복합 베이스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 머물며 훈련하던 전광인도 아내와 아들 루안이가 기다리고 있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18년 4월에 결혼한 전광인은 지난해 9월 5일 아들을 얻었다. 전광인은 “루안이가 새벽에 깨서 울 때가 있다”면서 “갓난아이를 둔 유부남 선배들이 집보다 숙소가 편하다고 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아내와 아들을 보고 있으면 더 열심히, 그리고 아프지 않고 배구를 오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성스러울 ‘루(u)’에 편안할 ‘안(安)’자를 쓰는 아들 이름은 바쁜 사주를 타고 났지만 뭐든 천천히 정성스럽게 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전광인은 조만간 재개되는 팀 훈련에 합류하기로 했다. 입영통지서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 몸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2021∼2022시즌에 복귀할 계획. 입대라는 쉼표를 앞둔 새내기 아빠는 여전히 바빠 보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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