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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魚友야담] '외설문학'에 대처하는 기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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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조선일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예술과 외설은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 자신도 모르게 외설문학 작가가 된 소설가를 소개합니다. 하루는 구글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입력했더니 액정에 '외설'이란 두 글자가 등장했다는군요. 깜짝 놀라 클릭했더니, 사실은 '그외 설명'의 일부였다는 것. 격월간 '릿터' 이번 호에 게재된 소설가 윤고은의 장편(掌篇)소설 '구글 신은 알고 있다'의 한 토막입니다.

띄어쓰기 하나 차이일 뿐인데, 외설 작가로 낙인찍힌 예술가라니. 이 허무 개그에 웃음을 터트리다 이 직업의 숙명을 생각합니다. 낯설게 하기와 새롭게 보기. 작가만큼이나 기자도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의 이메일 아이디는 푸네스(Puness)였습니다. 기억하시나요. 보르헤스 소설집 '픽션들'에 나오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그는 1882년 4월 30일 오전에 남쪽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의 모양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딱 한 번 본 책의 대리석 무늬 장정과 그 구름을 기억 속에서 비교할 수도 있었다."

그때는 푸네스를 단순히 암기의 천재로 여겼지만, 오랜 시간 이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푸네스는 조금 더 입체적 의미를 지니고 있더군요.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승우(61)는 최근 펴낸 산문집 '소설가의 귓속말'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든 것을 다르게, 유일하게, 처음 보는 것처럼 보는 눈을 가진 사람."

'그외 설명'에서 '외설'을 떠올리는 건 물론 유쾌한 농담이지만, 이 농담의 교훈은 결국 글을 쓰는 사람들이 관성에 지지 말아야 한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해지지 말고, 섣불리 넘겨짚지 말고, 유형화하지 말고, 벼르고 깨어 있는 것. 고백건대 이는 기자의 직업윤리이기도 합니다.

주말 섹션 '아무튼, 주말'에는 주중의 스트레이트 뉴스 관성을 뒤집어 보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축제 폐쇄 뉴스의 산더미 와중에, 역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춘(賞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온라인 강의의 수많은 실패 사례 소용돌이에서 컴맹임에도 스타가 된 인문대 교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푸네스처럼 혼신을 다한다고까지는 못 하겠지만, 건성으로 훑어보면 절대로 발견할 수 없는 차이들을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집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시기를.

[어수웅·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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