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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넷플릭스 세상 속으로

[아무튼, 주말] 치킨 앞에 놓고 뭐 볼지 고민 또 고민… 당신도 넷플릭스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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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돕는 '왓플릭스' 나와

조선일보

지난 1일 출시한 ‘왓플릭스’의 첫 페이지. 최소 10개 이상 콘텐츠에 대해 별점을 매기면, 내 취향에 맞는 왓챠와 넷플릭스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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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퇴근 후, 넷플릭스를 보며 휴식을 꿈꾼다. 리모컨 붙잡고 뭘 볼지 고르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2. 겨우 하나 골랐는데, 그다지 흥미로운 전개가 아니다. 결국 끝까지 보지 못하고 다시 콘텐츠 목록으로 돌아간다.

#3. 이를 자기 전까지 반복하고, 결국 그 무엇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잠이 든다.

'어, 이거 내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넷플릭스 증후군(Netflix Syndrome)'일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 증후군은 방대한 콘텐츠 더미 앞에서 결정장애(행동이나 태도를 정해야 할 때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태도)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콘텐츠 소비 시간이 증가하면서, 이 증후군이 심해졌다는 사람이 많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3월 넷플릭스 사용 시간은 전월 대비 34%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혼자 사는 직장인 이정민(29)씨는 "쉬는 날 치킨에 맥주를 시켜놓고 넷플릭스로 뭘 볼지 고르다가, 결국 아무거나 틀어놓고 10분 뒤에 끈다"며 "뭐든 보다가 중간에 멈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청 중인 콘텐츠'만 많아졌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서비스 초반과 달리, 최근 시청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오늘 한국의 TOP 10'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한국 넷플릭스 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를 알려주는 것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영국과 멕시코에서 먼저 순위 공개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쉽고 빠르게 자신이 시청하고 싶은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 많아 한국에도 적용했다"고 했다.

지난 1일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왓챠'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추천해주겠다고 나섰다. 왓챠와 넷플릭스를 합친 '왓플릭스(Watflix)'다. 왓챠는 이용자들이 콘텐츠에 대한 별점 평가를 남기면, 이를 분석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넷플릭스 콘텐츠로까지 확대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왓챠는 넷플릭스와 같은 날(3월 13일) 각각 독점 공개했던 '이어즈 앤 이어즈(Years&Years)'와 '킹덤'을 바탕으로 한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두 팬들(왓챠와 넷플릭스)의 전쟁' '뭘 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란 자막과 함께 '사이좋게 지내면 되잖아'라는 이어즈 앤 이어즈의 극 중 대사로 끝이 난다.

왓챠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업무 협약 등을 따로 맺은 것은 아니지만, 일회성이 아닌 정식으로 출범한 서비스"라면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객관적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왓챠의 알고리즘이 넷플릭스 증후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왓플릭스 웹페이지(netflix. watcha.com)나 왓챠 앱 내 왓플릭스 페이지에 접속해 최소 10개 이상 콘텐츠에 대해 별점을 매기면, 이를 바탕으로 내 취향에 맞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추천받은 콘텐츠를 누르면 바로 넷플릭스 내 해당 콘텐츠로 연결된다.

미국에서는 2018년 5월 미국 하버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한 졸업생이 '넷플릭스 증후군'을 언급해, 화제를 낳았다. OTT 서비스 강국인 미국은 우리보다 앞서 '넷플릭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인 피트 데이비스는 "우리는 한 편의 영화에 집중하는 대신, '더 나은 콘텐츠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탐색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며 "이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과거보다 너무 많은 선택지 속에 살면서, 한 가지 일에 전념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에 몰두하지 못하는 경험은 결국 거기로부터 오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없게 한다"고 했다.

피트 데이비스가 제안한 넷플릭스 증후군 해결책은 이렇다. "일단 아무 영화나 하나 고르세요. 그리고 잠들기 전까지 끝까지 보세요."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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