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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아무튼, 주말] '코로나 블루' 처방전… 소리·빛·색깔·물로 몸과 마음을 달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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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치유할 특별한 공간들

조선일보

‘사운드 배스’는 소리로 마음을 정화하는 명상법이다. 싱잉볼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코로나 블루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젠테라피네츄럴힐링센터 천시아 대표의 싱잉볼 연주에 따라 명상을 체험했다. 바닥에 누운 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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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꽃이 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벌써 석 달째 여전하다. 비일상적 일상의 장기화다. 우울감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영어 '블루'는 파란색이자 우울이라는 뜻이 있다.

이 어두운 터널은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일상의 활기를 되찾아줄 힐링은 뭘까. '아무튼, 주말'이 지친 몸과 마음을 오감(五感)으로 위로하고 치유해줄 특별한 공간들을 찾았다.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색다른 처방전이다.

청각: 소리로 마음을 씻는다

소리로 마음을 정화한다. 묵은 때를 벗겨내듯 마음을 깨끗이 씻어낸다. 코로나 블루 처방전 첫째는 바로 '사운드 배스(Sound Bath·소리 목욕)'. 소리를 활용한 명상법이다. 사운드 힐링, 사운드 명상이라고도 한다. 싱잉볼(Singing Bowl) 등 명상을 위한 악기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편하게 누워서 즐기는 명상이라 누구나 쉽게 체험이 가능하다.

지난 6일 서울 삼성동 젠테라피네츄럴힐링센터에서 체험에 나섰다. 명상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왕초보임을 고백한다.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끈 건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싱잉볼이었다. 싱잉볼은 티베트나 네팔, 인도 등 히말라야 지역에서 사용하던 명상 악기. 그릇처럼 생긴 악기를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특유의 울림과 파장이 일어난다. 잔잔하면서도 깊은 소리가 우주의 소리처럼 신비롭게 느껴졌다.

사운드 배스의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바닥에 누워 두 눈을 감는다. 호흡을 뱉으며 서서히 몸의 긴장을 푼다. 싱잉볼 연주가 시작되면 청각을 비롯해 모든 감각을 소리에 집중한다. 천천히 소리의 울림을 따라간다. 온몸을 감싸는 소리를 느낀다.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설풋 잠이 들려고 할 때 눈을 떴다. 대부분은 잠이 든다고 했다. 편안하게 잠들어 쉬는 것도 좋다고 했다. 천시아 대표는 "싱잉볼 소리와 파장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이완시킨다"며 "코로나 블루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휴식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코로나 여파로 센터 수업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지만 안방에선 랜선으로 사운드 배스를 체험할 기회가 있다. 한국싱잉볼협회 지도자들이 릴레이로 매일 오후 8시부터 30분간 인스타그램으로 싱잉볼 라이브 방송을 하기 때문이다. 협회 인스타그램에 안내된 날짜별 진행자 계정으로 가서 라이브를 시청하면 된다. 싱잉볼의 진동은 전달되지 않지만 편안하게 누워 사운드 배스를 체험하기엔 충분하다.

명상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찾는 것도 색다른 처방전이다. 강원도 원주 뮤지엄산의 '명상관'이 바로 그 장소. 미술관에 세워진 이 독립적인 명상관은 미술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이다. 스톤가든에 들어선 132㎡ 면적의 돔 공간은 외부는 자연석으로,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명상관의 압권은 천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천장.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태양의 움직임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명상을 하는 이들의 정신은 자연과 우주를 만나 교감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한 그의 설계가 돋보인다.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설계자의 의도처럼 자연과 우주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명상관에선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당분간 '음악테라피(싱잉볼 침묵 명상)'만 운영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운영 간격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리고 회당 참여 인원은 13명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뮤지엄산은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미술, 건축을 한 번에 즐기기 좋다. 산책하기 좋은 야외가든에선 한숨을 돌린다. 코로나 예방으로 제임스터렐관 등 일부 작품의 관람이 중지됐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명상관 오전 10시 45분에서 오후 5시 15분까지, 뮤지엄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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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봄바람 맞으며 몸에 좋은 한방차를 마시고 족욕한다. 건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서울 ‘티테라피’. ②한국컬러심리연구소에서 ‘컬러테라피’를 체험했다. 현재 심리 상태와 성향을 색으로 파악하고 보완이 필요한 색도 찾는다. ③카페인가, 그림인가. 색다른 인테리어로 눈이 즐거운 드로잉 카페 ‘치유의 과정’.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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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코로나 블루엔 노란색·주황색

현재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대처법을 찾는 것도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현명한 방법이다. 내 심리 상태와 성향을 컬러로 알아보는 '컬러테라피'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서울 봉천동 한국컬러심리연구소에선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4월 한 달간 무료로 컬러테라피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끈 건 알록달록한 유리병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든 컬러테라피용 '컬러미러'가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색색의 컬러미러를 보고 있기만 해도 어느새 기분이 가벼워진다. 현재의 심리 상태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컬러미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3개를 순서대로 고른다. 그 컬러미러를 테스트지에 색연필로 색칠한다. 색연필로 색칠할 일이 드문 성인들은 그 과정마저 색다른 경험이자 치유의 시간이 된다고 했다. 3개의 컬러미러는 순서대로 과거, 현재, 미래의 나의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무심코 끌리는 색을 골랐을 뿐인데 내 성향이나 심리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게 신기하면서도 당혹스러웠다.

현재 상태와 문제를 파악했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보완 컬러를 찾아야 한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컬러테라피의 핵심. 김선애 대표는 "최근 코로나 블루로 연구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자신도 발견하지 못한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생일에 따라 타고난 자신만의 컬러도 있다. 그에 맞는 보완 컬러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다.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는 만큼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 컬러가 궁금해졌다. 김 대표는 "블루와 보색(補色)인 주황색, 노란색 소품을 주변에 두거나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 것으로 기분을 바꿀 수 있다"며 "컬러링북을 색칠하거나 알록달록한 퍼즐을 맞추며 다양한 색을 접하는 것도 심리적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직접 그림을 그리며 다양한 색을 접하는 것도 컬러테라피의 한 방법이다.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드로잉 카페도 많아졌다. 서울 송파동 치유의 과정은 독특한 이름과 색다른 콘셉트로 소문난 곳이다.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곧 치유의 과정이다. 수채화부터 유화, 머그컵, 텀블러, 미니 이젤 등 원하는 재료에 원하는 색으로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칠할 수 있다. 대학생 이유리(22)씨는 "요즘 집콕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는데 그림도 그리고 색을 칠하면서 우울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약병에 넣은 에스프레소와 약봉지에 담아주는 초콜릿 등 메뉴에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알록달록한 카페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매일 정오에서 오후 11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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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약병에 담긴 에스프레소가 독특하다. ‘치유의 과정’에선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며 마음을 치유한다. ②취향 따라 효능 따라 색다른 족욕을 골라 즐기는 ‘카페조굑‘. ③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산의 ‘명상관’. /김종연·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뮤지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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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미각·후각: 족욕 기분 전환

내 몸에 딱 맞는 한방차를 마시며 족욕을 즐긴다. 봄바람 맞으며 야외에서 하는 족욕은 상쾌하다. 오랜만에 몸에 활기가 돈다. 한방차와 족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 안국동 티테라피에서 건강한 휴식을 즐기며 코로나 블루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 행랑채를 사용하는 티테라피 건물에선 고풍스러운 운치가 넘친다. 이곳에선 카페인 중독자라도 한방차를 마시고 싶어진다. 내 몸에 맞는 한방차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안내판을 참고할 것.

티테라피스트의 추천으로 색다른 한방차에 도전해봐도 좋다. 최근에는 코로나 여파로 면역력에 좋은 한방차를 찾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 황기, 당귀, 구기자가 들어간 '원기차'(8000원), 한방의 '옥병풍산'이란 처방으로 만든 '옥병풍차'(8000원), 추운 겨울을 이겨낸 '겨우살이차'(8000원) 등이 추천 리스트다. 따뜻한 한방차로 면역력을 높이고 야외에서 족욕까지 즐기면 한결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한방 족욕제를 넣고 즐기는 족욕은 5000원.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

서울 동교동 카페조굑에선 족욕이 더 재밌어진다. 원하는 색깔, 효능별로 선택해 즐길 수 있다. 핑크, 블루, 오렌지, 퍼플, 레드 총 다섯 가지. 아로마 오일로 만든 입욕제는 색깔별로 향과 효능이 다르다. 요즘처럼 우울하고 피곤할 땐 핑크가 답이다. 장미꽃잎이 떠 있는 핑크색 물에 발을 담그면 달콤한 나무향이 느껴진다. 로즈우드 오일을 사용해 면역 체계에 원기를 불어넣고 우울증과 피로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노화와 피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직장인 김선아(35)씨는 "색도 예쁘고 향까지 좋아 족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사진도 예쁘게 나와서 오랜만에 마음을 환기했다"고 웃었다.

시원한 페퍼민트 오일을 사용한 '블루'는 청량감이 넘친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을 때 선택할 만하다. 물 온도도 취향에 따라 온수(40도), 미온수(32도), 냉수(얼음) 중에 선택 가능하다. 족욕을 하는 손님들에겐 삶은 달걀과 발마사지 도구를 내준다. 족욕 시간은 20분 정도가 적당하다. 커피나 디저트를 맛보며 발을 담그고 쉬다 보면 어느새 기분도 훨훨 날아간다. 매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족욕 1인 1만원, 음료 세트 1만2000원.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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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코로나 일선에서 활약한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들의 심리 방역을 위해 산사에서 휴식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지원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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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트라우마 있으면 상담하세요… 의료진 위한 템플스테이도 지원

이젠 심리적 방역 필요할 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길어지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리적 방역만큼이나 마음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치유 프로그램과 전문적인 심리 지원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다. 코로나 대응 일선에서 활약한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을 위해 불교계가 나섰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오는 10월 31일까지 2000명을 대상으로 토닥토닥 템플스테이를 연다고 밝혔다. 전국 137개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 중 자연 경관이 뛰어나고 휴식하기 좋은 사찰 15곳을 선정하고 산사에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도록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지원한다. 의료인과 관련 공무원은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무료.

감염병이 유행하면 누구나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기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심할 땐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영남권트라우마센터, 국립정신의료기관,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으로 구성된 ‘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은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전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확진자와 그 가족은 국가트라우마센터영남권트라우마센터로, 격리자 및 일반인은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락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국심리학회도 지난달부터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극복을 위해 무료 전문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심리 안정을 위한 자료나 전문가 정보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에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심리건강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청소년과 부모, 감염병 경험자들이 스트레스와 우울, 사회불안 등 심리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고민 해결을 위한 참고서도 볼 수 있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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