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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프로야구 심판들 "욕먹어도 관중 함성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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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미뤄졌지만 청백전 진행 "뛰는 선수들 보면 책임감 들어"

"코로나 사태로 프로야구 개막은 미뤄지고 있지만 저희의 시즌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박기택 KBO(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은 9일 두산의 자체 연습경기 심판진의 팀장을 맡았다. 지난 시즌 2000경기 출장을 달성(1군 2074경기)한 그를 비롯해 심판 5명이 이날 현장에서 청백전을 진행했다.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박 심판위원은 빈 좌석을 바라보면서 "관객이 없어 어색하지만 땀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KBO 박기택(왼쪽부터), 문승훈, 정종수, 이계성, 오훈규 심판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의 청백전에 앞서 다양한 판정 포즈를 취한 모습. 이들은 “관중 함성으로 가득 찬 그라운드를 기다린다”고 입을 모았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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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소속 심판은 54명. 연습경기를 하겠다는 구단의 요청을 받으면 야구장으로 달려간다. 비디오판독센터도 운영한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KBO 소속 심판이라 당연한 업무다. 코로나 사태에도 정규시즌처럼 업무를 소화하는 유일한 직종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심판에겐 연습경기도 실전과 똑같다. 새 이닝에 들어가기 전 투수들의 투구를 살펴보며 구속이나 공 배합을 점검한다. 구종이나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오심이 많아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언제 개막하더라도 문제없도록 매 경기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기 감각을 유지한다.

구단들은 연고지에 머물며 연습경기를 이어가지만 심판들은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어느 곳으로 출장을 가더라도 숙소와 경기장 위주로 동선을 제한하고 외출은 자제한다. '코로나 매뉴얼'도 있다. 야구장에 도착하면 먼저 발열 체크를 한다. 운전 중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체온이 37도가 넘어 재측정을 할 때도 있다. 선수들이 마스크를 끼고 나오면 심판도 함께 착용하고, 선수들이 마스크 없이 뛰면 심판도 벗는다.

강광회 심판위원은 최근 열흘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옷 세탁은 빨래방에서 한다. 아내가 독일에 사는 딸의 출산에 맞춰 두 달여 머물다 지난달 말 귀국해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이기 때문이다. 한 심판은 "판정에 불만을 품은 팬들에게 욕을 먹을 때가 있기는 해도 관중의 함성이 그립다. 하루빨리 경기가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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