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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장민석의 추가 시간] 떠난 '농구 철인'… 그의 은퇴 경기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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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떠나고 나면 그제야 빈자리가 보인다고, 양동근(39)의 은퇴가 그런 것 같다. 늘 코트를 지킬 것 같았던 '철인'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 코로나 사태로 시즌을 정상적으로 끝내지도 못한 터라 팬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한국 프로농구 역대 최고 선수를 이젠 KBL 코트 위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한국 농구 역사 전체를 따지면 신동파(76)나 허재(55), 서장훈(46) 등을 최고 선수 후보로 놓을 수 있겠지만, 프로리그로만 한정하면 양동근의 성취를 넘을 선수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6회, 정규리그 MVP 4회, 플레이오프 MVP 3회, 시즌 베스트5 9회 등 최다 기록을 읊다 보면 숨이 가빠온다.

양동근은 "제가 '은퇴 투어'를 받을 만큼의 선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다운 겸손한 표현이다. 하지만 그가 떠난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팬들의 심정이다.

아름다운 은퇴를 떠올리면 일본 야구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47)가 생각난다. 그는 2019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도쿄돔에서 열린 시애틀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메이저리그 특별 개막전 두 경기에 출전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팀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다며 '1일 계약'을 한 선수도 있다. NBA(미프로농구) 보스턴 셀틱스의 전설 폴 피어스(43)는 2017년 LA 클리퍼스를 끝으로 코트를 떠나며 보스턴과 하루 계약을 맺었다. 실제 경기를 뛰지는 않았지만 녹색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보스턴 팬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KBL엔 '1일 계약' 같은 조항은 없다. 원칙대로라면 6월 30일까지 선수 등록을 하고 최저연봉을 받아야 다음 시즌 선수로 뛸 수 있다. 하지만 은퇴 선수에 한해 한 경기 출전 가능이란 예외 규정을 두어보는 건 어떨까.

누구보다 코트를 사랑했던 선수였기에 양복을 입고 꽃다발을 받는 은퇴식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로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 양동근이 다음 시즌 개막전에 선수 유니폼을 입고 직접 작별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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