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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52일만에 확진자 0… 대구 시민들이 대구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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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코로나와 사투 벌인 의료진과 자체격리 택한 시민들이 쓴 '역사'

軍동원해 도시 봉쇄한 中우한도 신규확진 0명까지는 넉 달 걸려

다시 도는 동성로 대관람차… 일상 찾아가지만 긴장 풀지 말아야

10일 오후 3시 대구 시내 중심가 동성로 한복판 놀이시설 옥상에서 대관람차가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대구의 일상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관람차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에 미소와 감회가 맺혔다.

대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수만 명이 오가던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이 텅 비었고, 영남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문시장은 점포 4600곳 거의 전부가 임시휴업에 들어갔었다. 저녁마다 손님들로 붐비던 동인동 찜갈비골목, 안지랑 곱창골목에는 인적이 끊겼었다.

조선일보

환자 떠난 빈 병실 - 9일 국가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 대구국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가 떠난 빈 병실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전날 대구의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구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52일 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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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대구시 신규 확진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52일 만이다. 대구는 지난 2월 18일 신천지 교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신천지 교회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수백 명씩 감염자가 쏟아졌다. 하루 최대 741명이 나온 날도 있었다. 패닉과 공포가 몰려오면서 아무도 이 불길이 쉽게 잡히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대구의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이 만들어낸 기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덮친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두 달도 안 되어 신규 감염자 0명이 된 사례는 대구가 유일하다. 중국은 코로나 진원지 우한시를 군대를 동원해 봉쇄하고, 강제 통행금지 시켰음에도 신규 확진자 0명을 만드는 데 넉 달이 걸렸다. 대구는 봉쇄와 통제 없이 이런 일을 해냈다.

감염병과 방역 전문가들은 그 첫째 원동력으로 IMF 위기 당시 전 국민이 참여했던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시민과 의료진의 국난 극복 에너지를 꼽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련이 올수록 더 강해지는 한국인의 위기 극복 에너지가 대구를 지켜냈다"며 "감염 위험 상황임에도 진료에 나선 대구 의료진, 전국서 자발적으로 달려온 1만명의 의료진, 자가 격리를 잘 지킨 10만여 명이 대구 감염병 방역에 위대한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 소방본부는 40여일간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에 총 797명의 구급대원을 파견해 환자 이송을 도왔다. 하루 2만건에 이른 대규모 코로나 진단키트 검사도 큰불을 잡는 데 기여했다.

시민의식도 빛이 났다. 대구 시민들은 가족과의 만남도 미루고, 영업이익도 마다하며 자발적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 그 흔한 라면 사재기 소동 없이 조용히 코로나 사태를 견디었다. 대구에 사는 부모들은 타지 자녀들에게 "절대 오지 마레이, 내도 안 갈기다"며 자체 격리를 택했다.

◇개인 위생과 사회적 거리 두기 지속해야

조선일보

대구는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서문시장 4600여 점포 대부분이 문을 열었다. 마스크를 쓴 손님들이 생선 가격을 묻고 과일을 사간다. 동인동 찜갈비 골목도 영업을 재개했다. 대구의 한강공원이라 불리는 신천 둔치에는 이날 오전부터 시민 30여명이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는 이미 방역 방심의 대가를 치렀다. 2월 중순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조기 종식이라는 말이 나오다 대구 신천지 감염 사태가 터졌다. 대구·경북 지역 감염자가 줄면서 안심하기 시작할 때 서울 구로 콜센터 등 집단 감염이 터졌다. 당분간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날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전날보다 27명 늘어 1만450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가 3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19일(15명) 이후 처음이다. 이날까지 211명이 숨지면서 국내 코로나 확진자 사망률은 2%가 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규 확진자 0명은 성숙한 시민 의식과 수많은 의료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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