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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1년 반 만에 시동 꺼진 타다… 최후 승자는 ‘대기업’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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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중고차로 매각될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이 오는 11일부터 영업을 중단함으로써 타다 베이직에 투입됐던 11인승 카니발 차량 1,500대가 매각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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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자정부터 ‘타다’ 로고를 부착하고 수도권 곳곳을 누비던 카니발 승합차를 볼 수 없게 된다. 지난달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통과되면서 타다 운영사 VCNC의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을 종료하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카카오 계열사 등 자본력 있는 업체의 플랫폼 택시 서비스가 주도할 전망이다. 1년 6개월, 짧았던 타다의 성쇠는 국내 혁신사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10월 ‘렌터카와 대리기사를 동시에 부른다’는 생소한 개념을 들고 나와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쾌적하고 안전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강조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카풀 서비스 논란을 계기로 기존 택시 서비스의 승차 거부, 불친절, 위생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공론화된 상황에서 타다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덕분에 타다는 매달 가입자 수를 늘리며 출시 1년 만에 120만 명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500대 남짓한 차량으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작됐던 타다는 금세 1,500대 넘는 차량과 드라이버 1만명을 거느린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타다에 제동을 건 것은 택시업계였다. 분신을 불사하는 강력한 시위로 지난해 초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를 막은 택시업계는 타다를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타다가 법의 허점을 파고든 편법 영업으로 면허제를 기반으로 한 택시산업의 근간을 흔든다는 논리였다.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자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기여금과 총량제 등을 골자로 한 ‘택시-모빌리티 상생안’을 내놨지만, 이번엔 타다가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타다는 지난해 10월 출시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1만대 증차’를 전격 선언하며 국토부ㆍ택시업계와 극한 대치했고, 여론 분열 속에 여야는 타다의 영업 방식을 불법화하는 ‘타다 금지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타다 측 이재웅ㆍ박재욱 대표에게 법원이 올해 2월 무죄를 선고하며 분위기가 반전되는가 했지만 여야는 결국 지난달 6일 압도적 찬성으로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한국일보

타다 타임라인.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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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NC와 모기업 쏘카는 타다 금지법 통과 이후 주력 사업인 ‘타다 베이직’을 포함한 서비스 정리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대표이사 자리를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넘겼고, 회사는 타다 서비스에 이용됐던 카니발 1,500여 대를 중고차 시장에 내놨다. 양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 마지막 날인 이날 “한 달 동안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았지만 역부족이었다”며 “타다 금지법을 막지 못한 저의 부족함이자, 합법을 불법으로 만드는 상황을 극복 못한 저의 한계”라고 사과했다.

타다의 시장 철수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당분간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도할 전망이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현행 택시면허제와 연계하는 정부 방침에 순응해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택시업체들을 인수해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KM솔루션을 통해 전국 10개 지역에서 5,200대 규모로 ‘카카오T 블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T 블루는 타다 서비스의 핵심이던 강제배차와 친절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차용해 일반 택시 호출 서비스보다 3,000원 높은 요금을 받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타다가 사라지고 더 비싼 타다 서비스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타다 금지법 통과 이후 타다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현행 모빌리티 제도는 결국 대기업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판”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타다 이후 높아진 소비자 수요에 맞추려면 또 다른 타다 서비스가 필요할 텐데, 타다의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금지하면서 작은 스타트업이 클 수 있는 길이 막혔다”며 “자본력 있는 대기업만 택시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타다와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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