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 4~6학년, 중·고등학교 1·2학년 등 312만여 명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16일 서울신동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양방향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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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상이 안 틀어져요." "학급 게시판에 공부한 거 사진 찍어 올려야 하는데."
워킹맘인 김유정 씨(서울·가명)는 16일 아침 출근길부터 걸려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발길이 무거웠다. 이날 온라인 개학을 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첫 수업을 봐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리 시범수업도 들었던 터라 반신반의하며 출근했지만, 오전 내내 아들의 전화를 받느라 직장에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우왕좌왕하는 아들 모습을 보며 김씨는 당분간 낮에 자녀 수업 준비를 도와줄 도우미를 찾을지 고민 중이다.
집에서 자녀의 첫 온라인 개학을 지켜본 학부모들도 진땀을 빼긴 마찬가지였다. 학교가 사용하는 원격교육 플랫폼들이 접속이 지연되거나 수업 영상이 잘 보이지 않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루 휴가를 냈다는 이지원 씨(경기 고양·가명)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원격 수업을 해 본 적이 없어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것이 많았다"면서 "하루·이틀 휴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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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312만여 명의 학생이 2차 온라인 개학을 한 이날 초등학교 4~6학년 교실 모습은 '부모 개학'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학생 혼자서 수업을 듣는 게 어려운 분위기였다. 지난 9일 온라인 개학을 했던 중·고교 3학년 상당수는 EBS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는 일방향 수업으로 진행됐다면, 이날 개학한 학교 중에는 실시간 양방향 수업으로 진행한 교사가 많았다.
2차 온라인 개학은 지난 1차 때처럼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 자체가 접속이 안 되는 '먹통 현상'은 없었다. 다만 오전부터 접속이 지연되거나 영상 재생이 잘되지 않는 등 문제가 간혹 발생했다.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학생·학부모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의 경우 접속은 원활했지만 부모가 하나하나 수업과 과제를 봐줘야 하는 탓에 '사실상 부모 개학'이라며 불만족스러운 반응도 보였다.
오전 8시 50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는 영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을 활용한 양방향 국어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 직전 한 학부모가 자녀의 수업 준비를 도와주는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또 해당 수업 교사가 학생들에게 실시간 영상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불편한 학생이 없는지 묻자 28명 중 7~8명이 손을 들었다. 해당 교사는 "영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은 따로 쉬는 시간에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 진행된 4학년 양방향 영어 수업에서도 한 학생이 접속이 어려워 25분 지각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원격수업 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에 얼마나 잘 대비했는가에서 평가가 갈렸다. 서울 구로구 오정초등학교는 원격수업 플랫폼 다중화를 통해 '위두랑' 먹통으로 인한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이 학교 이 모 교사는 가정통신문 플랫폼 '학교종이'로 학생·학부모에게 수업 동영상의 유튜브 링크와 과제 목록을 안내했다. 이 교사는 "온라인 개학 첫날이라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수업 도구를 다양화한 덕분에 수업 진행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오는 20일에는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다. 문제는 혼자서 원격 수업을 듣기 힘든 초등학교 저학년생들 특성상 일선 학교 단위에서 점차 긴급돌봄 수요가 공급보다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학교에서 긴급돌봄 신청이 마감돼 받아주지 않는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학교들도 난처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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