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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무부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인 손정우(24)씨에게 국제자금세탁 혐의를 적용해 미국으로의 인도 절차를 명령했다. 손씨가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면서 범죄수익으로 거둔 비트코인을 코인베이스 등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금세탁을 한 혐의다. 이를 두고 유사한 사건으로 꼽히는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과 그 일당 역시 같은 혐의로 미국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씨 일당이 박사방 입장료로 받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네로 등을 미국 등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금세탁을 시도했을 거란 관측에서다.

손정우 미국 송환 여부, 오는 19일 판가름

손씨는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다크웹'에서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며 유아 및 아동 성 착취물 25만여 건을 배포한 혐의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은 지난 20일 손씨의 출소를 일주일 앞두고 서울고검이 손씨에 대해 청구한 범죄인 인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손씨는 출소하자마자 재구속됐으며 지난 1일에는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발부된 범죄인 인도 구속영장이 합당한지 다시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해당 청구를 지난 3일 기각하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도심사청구 기록과 심문 결과를 종합할 때 손씨의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손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법원의 범죄인 인도 허가 여부를 기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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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힌 미국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18년 자국 내 피해 아동이 있는 만큼 미국 법에 따라 손씨를 처벌하겠다며 아동 음란물 배포, 돈세탁 등 6개 죄명과 9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손씨의 출소 이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그를 강제 송환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는 오는 19일 결정된다. 법원이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이 나면 손씨의 신병은 해당 시점부터 한 달 안에 미국에 넘겨질 전망이다.

손정우, '국제자금세탁' 혐의 적용...조주빈 일당 자금세탁 정황 포착

법무부는 손씨에 대해 '국제자금세탁' 혐의만 적용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관련 조약 및 법률상 국내 법률에 따라 처벌할 수 있으면서 국내 법원의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만 인도심사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손씨에 적용한 국제자금세탁 혐의는 해외에서 미국 내로 불법행위와 관련된 자금을 이전한 행위를 말한다. 손씨는 웰컴투비디오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범죄수익을 취득했으며, 이를 코인베이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현금으로 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훈 오킴스 변호사는 "미국 검찰은 이런 행위가 자금세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암호화폐 국제자금세탁과 관련한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씨와 그의 일당 역시 범죄수익으로 거둔 암호화폐를 미국 등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를 시도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병국 크립토퀀트 공동대표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고객신원확인(KYC) 등의 절차가 까다로워 자금 세탁 시 신원 노출의 위험이 있어 피했을 것"이라며 "철저한 자금 세탁을 위해서는 KYC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위주로 현금화나 달러화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대표는 이어 "실제로 조주빈의 암호화폐 거래 주소를 분석한 결과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졌다"며 "수사 진행을 인지한 상태에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현금화를 더욱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국내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한다면 사실상 자금이 국내에 묶일 것이라고 우려했을 것"이라며 "자금 몰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금세탁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조씨 일당이 핀란드의 암호화폐 장외 거래소를 활용해 자금세탁을 시도한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일당은 지난 4월 핀란드 소재 비트코인 장외 거래소를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거래소는 비트코인과 현금을 개인들이 직접 교환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곳이다. 경찰은 조씨 일당이 해당 거래소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이 입장료를 내는 창구나 자금세탁에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정우 자금세탁혐의, 조주빈 미국 처벌 연결고리

미국은 범죄수익으로 거둔 암호화폐를 자금세탁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앞서 2013년 실크로드 사건과 2017년 알파베이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의 범인들은 범죄수익 은닉에 비트코인을 활용해 자금세탁방지법으로 처벌받았다. 또한 뉴욕 검찰은 지난해 다크웹 등에서 스테로이드와 비아그라 등을 판매한 수익금 300만 달러(한화 약 36억 원)를 현금으로 환전한 범인에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대 7년 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서덕우 법무법인 동인 미국 변호사는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세탁을 시도하다 미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걸려 자금세탁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들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은 국제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이를 참작할 때 손씨가 미국 처벌을 받을 경우 최대 20년형에 처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권 변호사는 "미국에선 자금세탁이 단순한 경제 범죄가 아닌 다른 흉악 범죄들과 필수 불가결 적으로 연결돼있다고 인식된다"며 "국제자금세탁 범죄를 매우 중하게 처벌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배경에 따라 손씨는 자금세탁 혐의만으로도 최대 2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 역시 처벌 수위에 대해 "미국 내에서 개인의 경우 국제자금세탁 혐의로 최대 20년 형을 받을 수 있다"며 "벌금은 50만 달러(한화 약 6억 원) 혹은 거래 금액의 2배 중 큰 금액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손정우의 '국제자금세탁' 혐의가 조주빈 미국 처벌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 변호사는 "손정우가 기소 받은 국제자금세탁 혐의 내용에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이 포함됐다면 유사한 사건으로 꼽히는 조주빈의 미국 송환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 역시 "조주빈이 미국에서 국제자금세탁을 진행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미국 사법 당국이 해당 혐의로 송환을 요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이지영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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