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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변화를 만드는 ‘그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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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 연구 분야의 고전인 <성장의 한계>는 1972년 로마클럽의 요청에 따라 MIT의 시스템과학자인 데니스 메도즈 교수가 전 세계 16명으로 연구팀을 꾸려서 펴낸 보고서다. 인구, 경제, 환경 관련 통계를 넣고 ‘월드3’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 1900년에서 2100년까지 2세기 동안 세계가 성장하는 12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한윤정 전환연구자

1972년은 유엔환경회의가 처음 소집되는 등 경각심이 고조된 해였고 연구는 ‘지구의 용량’이라는 시스템적 사고를 확산시켰다. 당시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책의 명성은 더 높아졌으며 초판 발표 20년, 30년을 맞아 개정판(1992년, 2004년)도 나왔다. 그사이, 연구자는 데니스와 도넬라 메도즈 부부와 노르웨이 학자 요르겐 랜더스 등 셋만 남았다.

이들은 2004년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 “한때 성장의 한계는 먼 미래의 얘기였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우리 눈앞에 있다. 21세기의 첫 10년은 30년 전 <성장의 한계>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처럼 여전히 성장의 시대일 것이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들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뒤로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놀라운 직관이다.

책의 마지막 장 ‘무엇을 할 것인가’는 2001년 세상을 떠난 도넬라 메도즈의 유작이다. 셋 중 가장 낙관적이어서 정확한 정보만 있으면 인간은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 여겼다는 그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잇는 제3의 혁명은 지속가능성혁명”이라고 했다. 앞의 두 혁명이 급증한 인구와 부족한 자원에 대한 해결책이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혁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혁명이란 시스템의 변화이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하고 정확한 정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는 의외의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는 ‘그것들’을 거론하기를 주저했다. 우리는 그런 말을 쓰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니며 그것들을 설명하려면 우리 같은 과학자들의 말이나 글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단어들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냉소적인 공적 영역에서는 그것들을 ‘비과학적’ 용어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다지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가 변화의 필수 요소로 꼽은 ‘그것들’이란 “꿈꾸기, 네트워크 만들기, 진실 말하기, 배우기, 사랑하기”이다.

시스템과학은 사람의 마음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를 꿈꾸고 이상을 실천하려는 인간의 마인드셋(지식과 감정이 종합된 사고의 패러다임)은 시스템을 움직이는 결정적 요소다. 기계가 아닌 인간은 늘 욕망이라는 잉여를 가지며 이는 시스템의 피드백 순환고리에서 양의 되먹임으로 작용한다. 강렬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사실은 경험으로 종종 증명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미래담론이 꿈틀거린다. 코로나19 방역의 성공과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되 기왕이면 기후위기와 불평등 극복, 사회혁신까지 목표로 삼자는 것이다. 이런 대안적 사고는 그린 뉴딜이라는 단어로 모아지고 있다.

작년 초 미국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라는 정치신인이 그린 뉴딜을 들고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우리 사회의 주류 담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 녹색당이 관련 정책을 발표했지만 주류정당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그린 뉴딜은 가장 뜨거운 단어가 됐다.

뉴딜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정책이다. 그런데 딜이란 단어는 정책 외에 분배하다, 몫이라는 의미도 있다. 새롭게 분배한다는 뜻에서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체계를 다시 짜는 것이며 그것이 루스벨트가 1929년 대공황 이후 채택한 뉴딜의 근본정신이다. 뉴딜은 인프라 구축과 함께 노동권, 사회보험 등의 정치이상을 제도화했다. 이처럼 그린 뉴딜도 공정한 분배,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가치가 필요하다.

경제관료들이 경기부양과 일자리정책으로 비대면 경제 위주의 ‘한국형 뉴딜’을 내놓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 뉴딜을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가 참여하고 환경부가 정책을 취합 중이라고 한다. 뉴딜이 되려면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사회부처까지 포함한 거시적인 정책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차별성이 생긴다.

환경을 그저 신산업 분야로 여기던 시대와 우리는 결별했다. 성장과 소유보다 분배와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문제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담당자, 경제관료들이다. 이들이 각성한 시민들의 꿈을 공유하고 실천할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그린 뉴딜 역시 잠깐 소비하는 정책의 언어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한윤정 전환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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