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유씨는 청와대 특감반 조사도 빠져나갔다. 그의 구명에 정권 실세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청와대는 뇌물 의혹이 불거진 사람을 오히려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시켰다. 상식 밖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그러더니 이제 판사까지 유씨 구명에 나섰다.
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3000만원 이상 뇌물 수수에 대해서는 징역 3~5년을 기본으로 최저 2년 6개월, 최고 6년의 형(刑)을 선고하라고 돼 있다. '적극적 요구' '장기간 수수'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가중처벌된다. 유씨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양형 기준이 정한 최저형에도 미달하는 형이 유씨에게 선고된 것이다. 집행유예 사유는 더더욱 찾을 수 없다. 다른 판사들조차 "이례적 판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말이 '이례적'이지 '권력에 아첨하는' 판결이다.
2018년 기준 3000만원 이상 뇌물 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은 101명 가운데 91명(90%)이 1심에서 실형 판결을 받았다. 유씨 같은 고위직 공무원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실형이 선고됐다. 22일에도 군사법원장이 6000만원 뇌물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고무줄 판결'도 정도가 있다. 누가 법원이 공정하다고 믿겠나.
이 정권 들어 법원 재판이 정권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공공기관 운영 정상화'라며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있었다. 돈 준 사람은 구속됐는데 정작 돈 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 동생 영장은 기각되기도 했다. "재판이 곧 정치"라고 했던 판사 서클 출신들이 연이어 청와대에 들어가고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까지 정권 코드 판사들로 채워졌다. 그러는 사이 총선에서 압승한 정권은 증거가 명백한 '한명숙 유죄' 확정판결까지 뒤집으려고 한다. 청와대와 정권 핵심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공작' '대선 여론 조작' '조국 사건' 재판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 국가 근본인 법치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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