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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삼국지로]신(관성대제)이 된 장군, 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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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민준 변호사] [편집자주] 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⑪

연의에서 완벽한 정의의 화신으로 적토마와 청룡언월도로 무위를 자랑하던 관우는 오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후 신이 되었습니다.

후대의 사람들은 그를 관성대제라 칭하며 전쟁과 제물의 신으로 섬겼는데 우리 나라에도 ‘관왕묘’ 또는 ‘관제묘’라 하여 관우를 신으로 섬기는 사당이 있습니다(구제 시장으로 유명한 동묘, 그 곳 역시 관왕묘 중에 한 곳입니다).

우리 나라의 무속에서도 관우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데, 적지 않은 무당들이 ‘김덕령 장군’이나 ‘곽재우 장군’, ‘임경업 장군’을 몸으로 불러 들여(강신) 굿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신의 존재에 관해서는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믿음과 별개로 ‘같은 조건에서 같은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되면 같은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과학의 기준에서라면 신의 존재에 관한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신에게 기원하는 종교적 행위가 분명히 존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점을 보거나 굿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신점을 보거나 굿을 했는데도 결과가 맞지 않거나 그 행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하였다면 곧바로 사기죄에 해당할까요?

약 1년 반에 걸쳐 삼신할머니에게 비는 굿을 하면 아이가 생길 거라면서 굿 비용으로 2,000만 원을 받는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굿 비용으로 대략 2억 6,000만 원을 받아 사기죄로 기소된 무속인에게 1심,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돈을 받았지만 굿을 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혐의에 대해) 1심은 ‘굿을 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효험이 없는 굿을 하면 마치 효험이 있을 것처럼 속였다는 혐의에 대해) 2심은 ‘무속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의뢰자는 반드시 그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 보다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그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또 한편 법원은 약 2년의 기간 동안 40여 차례나 굿을 하면서 그 비용으로 약 18억 원의 돈을 받아 챙긴 경우에는 사기죄를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연봉으로 9억 원을 주었다면 왠만해서는 다 슈퍼맨이 됐을 것 같은데, 굿을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위와 같은 법원의 태도를 개략적이나마 정리하여 본다면,

① 굿 자체를 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그 비용을 받으면 사기죄에 해당하고(사실 이 부분은 신을 믿거나 믿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굿을 의뢰한 사람이 처한 상황과 그로 인해 의뢰한 사람이 목적했던 결과에 대한 의지, 굿이나 점사에 대한 대가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② 굿을 맡긴 사람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 그러니까 적당한 비용으로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얻으면서 요행으로라도 하고자 하는 일에 굿이 도움이 되는 정도를 바란다면 그 목적과 비용에 비추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③ 수 억, 수 십 억의 굿 비용이 지급되는 경우처럼 의뢰자가 달성하려는 목적이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넘어 실질적으로 굿이 장래의 일에 대해 어떠한 영향을 미치기를 원했고 무속인 그와 같은 사정을 인식하여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서 상식을 벗어 나는 범위의 돈을 받은 경우라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



남민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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