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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길따라 멋따라] 언택트·소규모·웰니스·아웃도어…코로나 시대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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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존 여행업계가 크게 위축된 요즘, 접촉 가능성을 줄이고 소규모로 떠나는 웰니스 여행 트렌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실내보다는 탁 트인 아웃도어를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리조트 등은 앞다퉈 '언택트'(untact) 여행지를 소개하고 나섰다.

'언택트'란 접촉한다는 뜻의 '콘택트'(contact)와 부정적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다양한 재화를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여행 경향을 뜻하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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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트레킹 [사진/성연재 기자]



◇ 주목받는 언택트 여행

경북관광공사는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친 심신을 위로할 수 있는 '언택트 경북관광지 23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언택트 여행지로 소개된 곳은 피톤치드 가득한 경주 건천 편백숲 등 다른 관광객과 거리를 두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이보다 한 달 앞서 경상남도도 자연휴양림, 둘레길, 산림욕장 등지를 중심으로 한 '언택트 경남 힐링 관광 18선'을 발표했다.

연간 방문객이 1천만 명에 달하는 전북 전주시도 소규모, 힐링, 청정, 스마트, 언택트 등을 키워드로 관광산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 다시 주목받는 웰니스

웰니스(Wellness, 웰빙·행복·건강)는 신체와 정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건강까지 추구하는 트렌드로,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람들이 면역력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웰니스에 대한 관심은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유기농 농산물을 소재로 한 농업법인이자 농어촌 테마공원인 전북 고창의 상하농원은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월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15% 늘었다.

농원 측은 지난해 15만명이 방문했으나, 올해는 방문객이 17만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의 산·오름·숲길 등 제주의 청정 이미지에 부합하는 힐링·치유 목적의 웰니스관광 콘텐츠를 개발·홍보하기 위해 제주 웰니스관광 15선 후보지를 모집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강원도를 치유 관광 거점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평창, 정선, 동해 등을 2020년도 '웰니스관광 협력지구(클러스터)'로 선정했다.

그중 한곳인 정선의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1∼5월 예약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2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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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의 로미지안 온실 [사진/성연재 기자]



◇ 아웃도어가 뜬다

등산화로 유명한 K2의 지난달 등산화·하이킹화 등 신발 제품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다.

토종 아웃도어업체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산행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의 지난달 20∼30대 가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이달 들어 열흘간 블랙야크의 등산용품 매출은 지난달 말 열흘간에 비해 60%나 늘어났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느낀 20∼30대의 등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캠핑업계도 마찬가지다. 캠핑 장비가 없어서 못 팔 정도며, 수도권 인근 캠핑장은 주말마다 매진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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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즐기는 오지캠핑 [사진/성연재 기자]



◇ 에어비앤비 "외딴집·탁 트인 공간 주목"

세계적인 숙박공유 시스템 에어비앤비의 분석에 따르면, 타인과 접촉할 가능성이 적은 숙소나 탁 트인 공간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동굴 집 등 접촉 가능성이 적은 숙소가 지난 3월 이후 전 세계 '에어비앤비 고객 희망 숙소 TOP 10'에 선정됐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180도 전망의 프라이빗 풀 빌라'와 '정글 속 대나무 숙소', 미국 워싱턴주의 '언덕을 파낸 독특한 지하 숙소' 등이 포함됐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붐비는 도시보다는 조용한 자연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 같다"며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를 잘 살펴보면 여행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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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산악지대의 외딴집 [에어비앤비 제공]



◇ 소규모·끼리끼리 여행의 시대

개인 자유여행(FIT)이 뜨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서는 운전 등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을 상대로 한 '소규모 버스 여행' 등의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40여명이 북적대는 버스 여행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구성원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들끼리의 여행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과 비교해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스마트관광협회(가칭)는 지난 22일 서울 시내에서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승우여행사 이원근 대표는 "지자체의 인센티브를 받고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식의 여행 방식, 즉 저가 여행은 앞으로 발붙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규모 끼리끼리의 여행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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