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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돈 써가며 ‘기어봉’ 버리는 이유는?[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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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요즘 차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첫 주제는 바로 기어봉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변속기 조작 방식인데요.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차로의 변화를 변속기 조작 방식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진화하는 변속기 조작

자동변속기 차량에서 운전자가 오른손으로 기어봉을 잡고 ‘드르륵’ ‘드르륵’ 움직이며 주차(P)와 후진(P), 중립(N), 주행(D)을 오고가는 방식은 오래됐고 또 익숙한 변속기 조작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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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올 뉴 아반떼의 기어봉. 기어봉이 움직이는 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한 일반적인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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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들어, 이 변속 방식에도 꽤 변화가 있습니다. 고급차 브랜드에서는 기어봉은 배치를 하되 ‘드르륵’거릴 필요가 없는 전자식 기어봉을 활용한지 꽤 오래 됐습니다. 기어봉이라는 외형은 유지하되 더 멋스러워지고 첨단으로 건너왔다고 봐야겠지요. 실제로 써보면, 살짝살짝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변속할 수 있으니 꽤 편합니다. 디자인 자체도 꽤나 고급스러운 전자식 기어봉을 장착한 차들은 아무래도 수입차이거나 국산차에서도 꽤 비싼 차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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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실내 사진. 전형적인 전자식 기어봉이 보인다. 랜드로버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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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승한 BMW 뉴 320d의 전자식 기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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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현대자동차에서도 기어봉을 없애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산 물량이 달린다는 바로 그 차’ 현대차의 첫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가 기어봉 대신 버튼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출시된 신형 8세대 쏘나타 역시 버튼으로 변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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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 적용된 전자식 변속 버튼(S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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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레버? SBW? SBC?

이 두 차에 대해 현대차는 ‘전자식 변속 버튼(SBW, Shift By Wire)’을 달았다고 설명하는데요.사실 전자식 변속 버튼과 SBW가 같은 말은 아닙니다. 따져보면 SBW가 전자식 변속 버튼보다는 조금 상위 개념이 되겠네요. 앞서 얘기한 전자식 기어봉이나 변속 버튼 등이 모두 SBW의 일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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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변속 버튼(SBW)을 적용한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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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W는 사람이 물리적인 힘으로 변속기를 조작해서 바꾸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전기적 신호를 주면 자동차가 스스로 변속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변속기에 장착되어있는 액츄에이터에 전기적 신호를 주어 변속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최근에 출시된 제네시스 GV80과 G80이 버튼 대신 선택한 다이얼 방식 역시 SBW이지요.
이런 방식에 대해 현대차는 ‘회전 조작계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SBW)’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기어봉 방식은 기술적으로는 SBC(Shift By Cable)라고 부릅니다. SBC 방식에서 말하는 케이블은 운전자가 조작한 힘을 직접 전달해주는 케이블, SBW 방식에서 말하는 와이어는 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적 신호를 전달해주는 와이어(전선)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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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조작계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SBW)를 선택한 제네시스 GV80의 실내. 제네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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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원가가 더 드는데 왜?

이쯤에서 독자 여러분을 끌어들인 제목과 관련된 얘기를 털어놓아 보겠습니다. SBW는 어찌됐건 제조 원가 측면에서 불리합니다. 운전자가 자기 힘으로, 직접 ‘드르륵’ 거려주는 기어봉 방식에 비해 (제법) 더 비싸다는 얘기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SBW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어봉을 쓴다고 해도 별로 이상할 것 없는 신형 쏘나타에서 SBC 대신 SBW를 쓰는 것은 왜일까요.

현대차 안팎에서는 여기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돼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원가 부담을 감수하면서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을 선택할 때는 최고경영진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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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베트남의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을 직접 점검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은 차량 설계와 품질에서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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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대차 혹은 정의선 부회장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SBC 방식에 비해 사용이 편하다, 차체에 꽂혀 있는 기어봉이 사라지기 때문에 디자인이 더 쉬워진다, 공간적으로 유리하다, 등등 왜 그런 것일까에 대한 해석은 분분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점점 더 ‘바퀴 달린 전자제품’이 되고 있는 요즘 자동차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운전대에 가볍게 손만 얹어놔도 차가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고속도로 속도 단속 구간에서는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까지 일반화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언제까지 ‘과거 자동차’의 고정 관념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뜻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SBC 방식의 기어봉 대신 전자식 변속 버튼을 선택한 신형 쏘나타를 제대로 몰아보지는 못하고 자동주차 기능을 테스트 해본 적이 있는데요.

▶원격으로 전후진 주차… 좁은 주차장서 ‘문콕’ 끝!(donga.com/news/article/all/20190428/95291581/1)

이 기사에서처럼, 문콕 없는 세상을 위해 이런 기술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이런 첨단 기능을 위해서도 사람 손 대신 차량이 스스로 변속하는 SBW는 필수적입니다. 차량이 알아서 전진과 후진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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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변속 버튼(SBW)을 활용하는 현대차 신형 쏘나타의 내부.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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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페달에 변속기까지… 알아서 ‘척척’

SBW를 선택하는 순간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 한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 나오는 많은 자동차는 이미 가속, 제동, 조향에 자동차가 개입할 수 있습니다. 차선을 유지하거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알아서 조작하고 운전자가 정해준 속력으로 주행하면서 앞 차를 추돌하지 않기 위해 알아서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 합니다. 변속기까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영역에 들어가면서 자동차는 점점 더 ‘전자 기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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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지시등으로 차선을 바꿀 수 있는 기능까지 적용해서 출시된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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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W를 선택한다면 꼭 버튼이나 다이얼이 아니어도 변속이 가능합니다. 사람의 음성으로 에어컨이나 히터 같은 장치를 조작하는 기술이 현대차의 엔트리 세단 신형 아반떼까지 내려온 상황입니다. 허공에 손짓하는 걸로 변속하거나 “주차 모드로 바꿔줘” 같은 말로 변속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기계적인 성능만으로 따지자면 독일차 등에 아무래도 뒤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첨단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동차를 만들고 이를 알리는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점점 더 자동화하는 수순을 거쳐야 자율주행차에도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겠지요.

깜빡이 레버 같은 ‘칼럼식 변속 레버’도

오늘의 [휴일차(車)담]은 이런저런 차를 시승하면서 일반 기어봉부터 전자식 기어봉, 버튼, 다이얼까지 대부분의 변속 방식을 다 써본 저의 소감을 말씀드리고 끝낼까 합니다.

제 차를 포함한 일반 기어봉, 확실히 익숙하긴 합니다. 제일 위 칸인 주차와 제일 아래칸인 주행은 눈으로 보지 않고 변속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SBW를 채택한 차들을 자주 몰다보니 손과 팔에 물리적인 힘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꽤 불편합니다. 덜컥덜컥 팔에 힘을 써야하고, 일종의 ‘충격’ 같은 것도 전해져오고, 자칫 힘을 잘못 쓰면 한 칸 더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가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버튼식을 선택한 팰리세이드는 그래도 눈에 보이는 대로 누르니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기어봉이 없어진 자리에 신발 한 켤레는 충분히 둘 수 있는 공간을 파냈다는 점도 좋습니다.

다만, 여러 개의 버튼을 배치한 모습이 좀 번잡스러워 보이긴 했습니다. GV80의 다이얼은 확실히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버튼식보다 깔끔합니다. 하지만 직관성이 좀 떨어지고 잘못 조작할까봐 조심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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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조작계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SBW)를 선택한 제네시스 GV80의 실내. 제네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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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어봉의 윗부분 정도만 남긴 형태로 만들어진 전자식 기어봉들이 직관적이면서도 편했습니다. 아무래도 고급차이다 보니 디자인도 예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좋았던 방식을 꼽자면 다른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까지도 여전히 많이 활용하는 ‘칼럼식 변속 레버’입니다. 요즘의 칼럼식 변속 레버는 운전대 바로 오른쪽에 방향지시등 레버처럼 달려 있습니다. 센터페시아와 콘솔박스 사이에, 운전자의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놓여지는 곳 어디쯤에 자리잡는 기어봉, 변속 버튼, 변속 다이얼 등등과는 위치 자체가 확연히 다릅니다.

방향지시등 켜듯이 오른손으로 레버를 살짝 위로 밀면 후진, 밑으로 살짝 내리면 주행,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끝의 버튼을 누르면 주차,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큰 힘을 쓰는 것이 아니니 이 역시 SBW의 일종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시선을 운전대 주변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저는 이런 방식의 SBW가 제일 편했습니다. 올리면 후진, 내리면 전진, 뭘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직관적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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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승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C 300 4MATIC의 칼럼식 변속 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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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들도, 혹시 다른 차를 몰아볼 기회가 있다면, 이런 변속 방식의 차이를 한번 눈여겨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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