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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수처리장 악취 왜 우리가 맡냐” 화난 청주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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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주 경계에 2025년 하수처리장 건설 예정

청주 현도면 "마을 앞 700m 방출구 옮겨 달라"

"쓰레기 매립장, 음식물처리시설 몰려" 고통 호소

대전시 "마을 지원 근거 없어…추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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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현도면 이장단협의회장이 지난 22일 중척리 강변에서 하수처리장 예정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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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수처리장 냄새를 왜 우리가 맡아야 하나요.”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현도면 중척리에서 만난 오상진(68) 현도면 이장단협의회장은 “대전시가 쓰레기 매립장과 음식물처리시설에 이어 하수처리장까지 중척리 앞에 몰아넣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대전시는 금강이 흐르는 유성구 금고동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하루 처리량 65만t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곳에는 1996년부터 운영 중인 대전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 음식물처리시설과 목재 파쇄장도 있다. 오 회장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금고동과 중척리 행정구역은 대전과 청주로 나뉘어 있다”며 “대전시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중척리 주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하수처리장 부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수처리장 예정부지는 대전시 북쪽 외곽에 있다. 현도면 중척리에서 직선으로 700m 떨어져 있다. 대전시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과 대덕구 오정동 분뇨처리장을 통합하는 하수처리장을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기존 하수처리장 일대는 1990년대 들어 아파트 단지와 기업체가 입주하면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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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 현도면 중척리에서 바라본 대전 하수처리장 예정부지. 대전시는 2025년까지 이곳에 하루 처리용량 65만t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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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는 새 하수처리장의 경우 정화처리 시설을 지하화하기 때문에 냄새가 밖으로 새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건립비용은 민간 투자를 받아 75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중척리 주민 안모(68)씨는 “현도면쪽 금강변은 오토캠핑장과 자전거 길이 조성돼 청주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곳인데,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경관이 망가질 것 같다”며 “대전시가 시민들을 위해 하수처리장을 외곽으로 옮기면서 애꿎은 중척리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중척리에는 3개 마을에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하천 주변에서 논과 밭을 경작하고, 시설 하우스에서 채소를 재배한다. 식수는 광역 상수도를 통해 보급받지만, 농업용수는 하천물을 활용하고 있다. 윤민철(56) 중척3리 이장은 “지금도 하천물이 오염돼 논에 고인 물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며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에는 집 안에 하수구 냄새가 배 식사를 못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하수처리장이 건설되면 더는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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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현도면 중척리에 조성된 오토캠핑장.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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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하수처리장 방출구 위치를 마을과 멀리 떨어뜨릴 것을 원하고 있다. 환경오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현도면에 마을발전사업 등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상진 이장단협의회장은 “악취 피해를 막으려면 하수처리장 폐수 방출구를 동네 앞으로 내지 말고 마을 아래쪽 인가가 드문 지역으로 빼야 한다”며 “행정구역이 청주라는 이유로 대전시는 ‘이해해달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새 하수처리장은 아직 기본 설계 중이라서 방출구 위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마을 지원 사업의 경우 하수처리장 사업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신 금고동 인근에 짓는 대전 2매립장 건설과정에서 중척리 주민을 주민지원협의체에 포함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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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수처리장 예정부지 인근에는 청주시가 조성한 자전거길과 탐방로가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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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면 주민 30여 명은 21일 면사무소에서 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비대위는 금고동 하수처리장 건설에 따른 피해 보상과 방출구 위치 조정 등을 대전시에 요구할 계획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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