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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사라진 적금 4만원, 느낌 싸했다"···경찰 '촉' 건드린 최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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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단서 찾은 완산경찰서 실종팀

"49만원도 아니고 누가 그 돈 찾나…

적금 4만9000원 사라진 날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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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지난달 18일 전주 한옥마을 부근에서 실종된 20대 부산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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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실종 사건으로 묻힐 뻔했지만, '연쇄 살인'으로 밝혀졌다. 베테랑 형사들의 오랜 수사 경험과 예리한 '촉', 부서 간 협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터넷 도박으로 수천만원의 빚에 시달리던 퀵서비스 업체 30대 사장이 범인이었다.

지난달 나흘 간격으로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두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신종(31) 이야기다. 수사 부서에서 23년간 잔뼈가 굵은 전주 완산경찰서 실종팀 강승구 경위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수사를 하다 보면 느낌이 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니면 금방 소식이 들어오는데 (최신종의) 첫 피해자(전주 여성)는 이게 전혀 없어 문제가 커지겠다 싶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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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종. [사진 전북경찰청]



전주시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A씨(34·여)는 지난달 23일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 한 천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의 친오빠와 사촌 언니가 같은 달 17일 "동생과 며칠째 연락이 안 닿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지 엿새 만이다. 강 경위는 "친오빠와 사촌 언니는 A씨와 평소에도 2~3일에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다"며 "특히 사촌 언니는 A씨에게 '나에게 항상 연락해. 전화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실종 신고가 범행으로 이어지는 건 확률적으로 낮다"며 "90% 이상은 치매 노인이나 가출, 자살 의심 사례고, 범죄가 일어나 피해자가 죽는 경우는 5%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의심이 들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간다"고 했다.

경찰이 A씨 실종 사건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은 정황은 뭘까. 강 경위는 "A씨가 사촌 언니와 함께 든 적금이 있었다. 매일 1000원씩 붓는 '그룹 적금'이다. 4만9000원이 들어갔고, 서로 넣은 돈이 확인된다. A씨가 실종된 날(4월 14일) 누군가 계좌에서 4만9000원을 빼갔다. 그날이 최신종에게 살해된 날이다. 그동안 부은 적금이 49만원도 아니고, 4만9000원밖에 안 되는데 누가 그 돈을 찾냐. 거기서 많이 의심했다"고 했다.

최신종은 범행 당시 A씨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으로 A씨 계좌에 있던 48만원 전액을 본인 계좌로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손목에 차고 있던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는 아내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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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전주 완산경찰서 실종팀 경위. [사진 전주 완산경찰서]



A씨 가족의 신고를 받은 완산서 실종팀 형사 5명은 A씨 원룸을 찾았다. 강 경위는 "집 안을 살펴보고, 주변 폐쇄회로TV(CCTV)를 봤는데 생활 반응이 거의 안 나왔다"고 했다. A씨 통화 내역 분석 결과 그와 마지막 통화한 사람은 최신종이었다.

A씨는 최신종 아내 선배로, 최신종 부부와는 한동네에 살며 서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종과도 서로 '신종아' '△△ 누나'라고 불렀다고 한다.

실종팀은 A씨를 둘러싼 수상한 정황을 바탕으로 신고 다음 날 '범죄가 의심된다'고 강력팀에 알렸다. 두 부서 직원들은 A씨 원룸 주변 CCTV 영상을 나눠 분석했다.

강 경위는 "최신종과 면담할 때 '오토바이를 타고 A씨를 만났다'고 했는데 CCTV를 확인해 보니 차를 탄 게 확인됐다. 거짓말이었다"며 "최신종의 진술과 반대되는 CCTV 영상과 증거가 나와 용의자로 좁혀 갔다"고 했다. 경찰은 실종 전 A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최신종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달 19일 긴급체포한 뒤 21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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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 한 천변에서 같은 달 14일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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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경위는 "부산 여성 실종 사건도 마지막 행적이 담긴 CCTV 영상 분석 결과 용의자 차량이 특정돼 실종자 수색과 수사가 신속히 진행됐다"며 "부산진경찰서 측이 전주 한옥마을 부근 서서학동 주민센터에서 부산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여성이 카니발에서 내려 최신종의 검은 색 혼다 승용차에 타는 장면을 확인한 후 완산서에 공조 요청을 해왔다"고 했다.

강 경위는 "A씨의 오빠와 사촌 언니, 작은아버지까지 A씨 시신이 발견되고 최신종이 검찰에 구속 송치될 때까지 매일 경찰서에서 살았다. 안쓰러웠다"고 했다. 그는 "A씨는 당시 직업이 없었지만, 열심히 살려고 했다"며 "숨지기 전 네일 아트 일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최신종은 지난달 14일 오후 10시 40분쯤 A씨를 승용차에 태운 뒤 성폭행하고,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다음 목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하천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달 18일 자정 무렵 전주 한옥마을 부근 주유소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서 부산에서 온 B씨(29·여)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랜덤 채팅 앱(불특정 인물과 무작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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