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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서초동살롱]"10대 범죄 흉악해지는데…" 소년을 위한 법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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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머니투데이

최근 잇따라 10대 소년들의 강력범죄가 논란이 되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량을 훔쳐 도망가다 사망사고를 내거나 또래 학생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하는 등 범죄 수위가 날로 흉악해지면서다. 특히 만 10살 이상에서 만 14살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 즉 촉법소년의 범죄는 형사처벌을 면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거세다. 급기야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방안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소년범들에 대한 처벌을 놓고 '응징'만이 목적이 아니라 '교화와 예방'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증가하는 소년범죄를 대비해 교화 및 예방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과 경찰, 소년원을 비롯한 교정기관, 보호관찰소, 지역의 여러 사회기관들이 이들을 돕고 있지만 정작 법원의 역할은 '처벌'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치료적 사법'의 관점에서 사법체계가 갖춰진 소년전문법원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촉법소년은 경찰 수사를 받은 뒤 모두 가정법원으로 송치된다. 하지만 가정법원은 서울과 부산 등 6곳에만 있고 나머지는 지방법원의 소년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일반 형사·민사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소년의 교화까지 고려하며 재판을 맡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가정법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년사건 뿐만 아니라 가사재판과 가정 및 아동보호재판까지 맡고 있어 소년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미국에서는 가정법원(Family Court)와 구별되는 별도의 소년법원(Juvenile Court)을 두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일반 형사법원과 다른 소년전문법원을 두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현직판사는 "우리나라도 이젠 소년전문법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법 뒤쪽에 제2청사가 설립되는 것과 맞물려, 양재동 행정법원을 이전하고 가정법원을 소년전문법원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나온다.

소년전문법원 도입의 필요성은 소년범죄가 논란이 될때마다 등장했다가 이내 사그러들고는 했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앱) 및 SNS가 날로 발달하면서 인터넷범죄에 아동·청소년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이혼률의 증가 등 급격한 사회변화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독 커지고 있다. 또 소년범들이 억울하게 허위자백을 하거나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이들에게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전문법원의 필요성은 충분해보인다.

이미호 기자 be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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