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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플랫폼 기업에 추월당한 대기업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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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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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 5천원 기준으로 주가가 처음 10만원을 넘은 회사는 태광산업이다. 1992년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처음 개방됐을 때였는데 산업측면에서는 경공업시대 마지막 불꽃이었다. 1백만원과 5백만원을 처음 넘은 회사는 에스케이(SK)텔레콤이다. 아이티(IT)붐이 한창일 때 연속 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정보통신시대의 개막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였다.

그리고 이번에 네이버가 1천만원을 넘었다. 1997년 3월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23년만에 새로운 기록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 산업의 핵심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산업으로 넘어온 것이 네이버가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산업의 변화는 시가총액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전, 포스코, 케이티(KT)를 비롯해 은행까지 과거 시가총액 윗 순위를 차지했던 상당수 기업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빈자리를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아이티와 바이오 회사가 메웠다. 6년 전에 2위였던 현대차도 지금은 10위에 겨우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약해졌는데 카카오의 추격이 무섭게 진행되고 있어 그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1993년 주식시장에서 열렸던 대기업 시대가 2000년 중반 전성기를 지나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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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이 시장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동안 자동차를 비롯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기업은 후퇴했다. 2010년 이전에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에서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되지 않았다. 2020년이 돼도 해당 비중이 5%를 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는 애플과 아마존 두 회사의 시가총액만으로도 전체의 8%를 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이제는 2040년에 미국 상장기업 이익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거란 전망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S&P500지수에 속해 있는 플랫폼 기업의 이익이 330% 증가했는데 앞으로 그 절반만 늘어도 목표 수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기업 주식은 당분간 전성기 때 주가를 되찾기 힘들 것이다. 지금은 13년전에 기록했던 최고점에서 50~70% 가까이 내려온 상태인데 주가가 이대로 굳어질 수도 있다. 주가 하락이 경기 순환 때문이라면 고점을 쉽게 회복할 수 있지만,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면 회복이 쉽지 않다. 많은 증권회사의 주가가 1989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30년 넘게 회복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실물 경제의 변화를 앞당겨 보여준다. 대기업 주식의 위상 하락은 이들이 변화된 환경에 창의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당분간 이들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반등하는 것 외에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장은 혁신과 성장을 원하고 있는데 이들은 보신에 급급하고 있으니 주가가 적대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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