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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교함이냐 파워냐… 고진영·박성현 샷대결 ‘장군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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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슈퍼매치’서 극적인 무승부 / 코로나로 무관중 경기로 진행돼 / 총상금 1억… 상금 절반 나눠가져 / 상금은 지정 기부처에 전달키로 / 두 선수 “최고의 시나리오 나와” / 朴, 패색에도 17번홀에서 역전 / 高 “최종홀서 버디 운좋게 끝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3위 박성현(27·이상 솔레어)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자로 잰 듯한 정교한 아이언샷이 주무기인 고진영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플레이가 돋보인다.

실제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76위(258.08야드)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은 9위(80.94%)에 올랐고 그린적중률(79.56%), 평균 타수(69.06타) 모두 1위를 자랑한다.

반면 박성현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인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75.55야드로 지난 시즌 6위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보다 보통 20∼30야드를 펑펑 날린다.

세계일보

고진영(왼쪽)과 박성현이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일대일 맞대결 ‘현대카드 슈퍼매치’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이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선수가 일대일로 맞붙었다. 무대는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다. 총상금 1억원이 걸린 이벤트대회에서 두 선수는 팽팽한 접전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상금을 5000만원씩 나눠 가졌다.

이날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LPGA 투어가 중단된 상황에서 전·현 세계랭킹 1위가 맞붙는 경기여서 큰 관심을 모았다. 대회는 홀마다 걸린 상금을 해당 홀의 승자가 가져가는 스킨스 게임으로 진행됐다. 경기는 고진영이 지배했지만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박성현의 ‘한방’이 돋보였다.

박성현은 13번 홀(파4)까지 상금 1200만원을 획득해 4000만원을 확보한 고진영에게 크게 밀려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박성현은 14, 15번 홀을 연달아 따내 두 홀 상금 1200만원을 가져가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16번 홀(파5)에서 비겨 17번 홀(파3)에 상금 1600만원이 쌓였고 고진영이 상금 1000만원을 추가하는 ‘찬스 홀’로 지정하면서 이 홀에서만 상금이 2600만원이 걸렸다. 고진영이 이 홀을 따내면 승리를 확정하고 박성현이 이기면 단숨에 역전이 가능한 상황. 두 선수 모두 티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과의 거리는 5∼6 정도로 버디를 잡기 쉽지 않았다. 먼저 퍼트에 나선 고진영은 버디사냥에 실패했고 박성현의 버디 퍼트는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박성현이 모두 5000만원을 획득해 앞서나갔다.

이제 남은 홀은 상금 1000만원이 걸린 18번 홀. 박성현의 퍼트는 좀 길었고 고진영이 5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둘은 5000만원을 나란히 나눠 가졌다. 이날 고진영이 확보한 상금은 밀알복지재단, 박성현의 상금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기부된다. 이날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고 팬들의 온라인 응원전이 TV 중계방송에 소개됐다.

경기 뒤 박성현은 “저희가 원한 대로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다. 시작 전부터 반반씩 기분 좋게 기부하자고 했는데 정말 맞아떨어진 결과가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은 “웬만한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는 것보다 더 부담이 컸다”며 “17번 홀에서 찬스를 썼는데 언니가 버디를 해서 찬스를 잘못 불렀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마지막 홀에 운 좋게 버디를 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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