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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영국, "존슨 총리는 이동금지령 어긴 최측근 커밍스 해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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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런던=AP/뉴시스] 영국 보리스 존슨의 최측근인 도미니크 커밍스 선임 보좌관이 이동금지령 위반으로 퇴진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24일 취재진의 열기 속에 총리관저로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고 있다 202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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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코로나 19로 하루 350명 넘게 사망하는 영국에서 온 언론이 도미니크 커밍스의 퇴진 여부에 매달리고 있다.

커밍스(48)는 대외명 직책이 총리 선임 보좌관에 불과하나 명함의 몇 십 배 되는 총리 신임과 영향력을 자랑해온 보리스 존슨 총리의 책사다.

총리의 두뇌라고도 불리는 커밍스가 전국민 이동 금지의 자가감금령이 내려진 지 얼만 안 되는 3월 말 총리가 선포한 이 금족령을 어기고 런던에서 400㎞ 떨어진 동북부 더럼의 부모 집에 갔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보수당 정치인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재무장관을 지낸 존 오스본의 옵서버 지가 폭로했다. 커밍스는 아내가 코로나 19 증상을 보이자 자신도 감염될 걱정도 있고 해서 4살 아들을 부모에게 맡기기 위해 불법 가족 여행을 했다고 옵서버와 데일리 미러 지는 주장했다.

영국은 이탈리아보다 열사흘, 프랑스보다 엿새 늦은 3월23일 생필품 구입, 병원 약속방문, 재택불가 근무처 통근 외에는 꼼짝없이 현재 머무는 곳에 스스로를 유폐, 감금해야 하는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전염병 피접을 위해서 시골의 세컨드 하우스는 물론 부모 친지 집을 찾아가서는 안 된다.

특히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도 가지 말고 별명이 있을 때까지 현 거주지에서 한 발짝도 움직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필수 착용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왈가왈부하고 논란을 벌였지만 이동금지의 자가 칩거·유폐·감금 필요성에는 어느 나라나 군말이 없었다.

커밍스가 정확히 언제 귀성 북행을 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자신의 코로나 19 감염 사실을 공표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간 3월26일 며칠 뒤일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중환자실 신세까지 진 뒤 한 달 뒤인 4월27일 업무에 복귀했다.

커밍스의 400㎞ 귀성 여행은 한국 식으로 비유하자면 "전쟁이 나자 외국으로 도망간 꼴"로 받아들여진다. 도착지 주민들이 방문 외래인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와 자기 가족 안위만 먼저 챙겼다는 것이다. 커밍스가 논스톱으로 가지 않고 도중에 주유소에 들른 정황도 비난 거리가 되고 있다.

주유소 쇠붙이 등에 남겨진 바이러스는 며칠 동안 살아있다는 것이다.

커밍스 전에 영국에서 역병자문위원회 소속 유명 역학자가 자기 집에 여자친구의 방문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사퇴하게 되었다. 감금령 선포 당시에 같은 집에 살지 않으면 아무리 친해도 서로 찾고 만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영국은 일주일 전에야 다른 가족, 즉 다른 집에 살고 있던 사람과 공원 등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도 만나는 사람 수는 단 1인 씩으로 한정된다.

스코틀랜드 지방정부 의무총감 여성이 세컨드 하우스를 들렀다가 파직되기도 했다.

총리 선임 보좌관의 불법 장거리여행 자체도 문제지만 그 장본인이 커밍스이기 때문에 영국의 여야당 정계와 언론이 그의 사퇴, 정확히는 총리의 해고 조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래 유럽연합 잔류파였던 존슨 런던 시장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탈퇴파의 선봉장이 되고 와중에 여러가지 논란의 유세 주장을 하게 된 것이 도미니크 커밍스의 조언 때문으로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지난해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통과를 위해 존슨 총리가 하원을 장기 폐쇄하고 보수당 고참 의원 21명을 출당 조치시킨 것도 커밍스 작품이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정계 인물치곤 풍모가 다소 괴상한 커밍스는 간단히 우파다, 좌파다라고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고 개성적인 정치 철학을 야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 눈치 보지 않고 입에 담아오고 실행해왔다. 이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총리 관저로 출근하자 어떤 언론은 해고의 신호로 보고 있는가 하면 다른 매체는 총리 신임의 증표로 해석했다.

존슨 총리는 사망자가 3만7000명으로 영국이 유럽 대륙 최대의 코로나 19 사망자 국가가 된 데 대한 비판을 엄청나게 받고 있다. 직접 환자가 된 스토리가 없었더라면 폭풍이 어디를 쳐냈을지 모른다. 즉 존슨은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처지라고도 할 수 있다.

존슨이 커밍스를 버릴지 그대로 안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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