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극단 신세계가 '공주(孔主)들2020'을 내달 5~14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주(孔主)들2020'은 구멍 공孔, 주인 주主, 구멍의 주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군 '위안부' - 한국군 '위안부' - 미군 '위안부' - 베트남 한국군 민간인학살 - 기생관광 - 집결지 - 현대의 성매매 - N번방 사건까지 주인공 '김공주'를 통해 1900년대부터 2020년 오늘까지 대한민국 성매매 100년 역사를 읽어낸다. '공주(孔主)들2020'은 공식적 역사가 아닌 비공식적 역사에 주목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있었으나 외면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 대한민국 '성매매 체제의 연속성'을 고발하며 지금 우리의 삶을 재조명한다. 또한 성착취를 당해온 사람들이 아닌 성구매를 해온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성구매를 하도록 만든 이들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진다.

연극 '공주(孔主)들2020'에서 극장은 주인공 김공주의 몸을 상징한다. 극장에 들어서는 출입구는 세 곳이며 각각 김공주의 윗구멍, 아랫구멍, 뒷구멍을 나타낸다. 세 개의 문은 배우들의 등ㆍ퇴장로로도 활용돼 김공주가 살고 있는 시대의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김공주의 삶을 침범함을 표현한다. 동시에 김공주와 김공주의 구멍을 침입하는 인물들이 지금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연극 '공주(孔主)들2020'은 더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관객의 공감과 흥미를 유발한다. 등장하는 배우는 기존의 10명의 12명으로 늘었다. 또한 대본도 극단 신세계 고유의 공동창작 작업 방식을 통해 동시대성을 반영해 새롭게 창작됐다. 특히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역사의 증언들을 발췌, 참고해 재구성됐다. 버마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한 문옥주님의 증언, 일본군 '위안부'에서 미군 '위안부'로 살아오며 아들을 베트남에 파병 보낸 사실을 증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의 증언, 미군 '위안부' 피해자에서 여성 운동가로 살아온 김연자 할머니의 증언, 미군 '위안부' 피해자 김정자 할머니의 증언이 주가 되며 그 외 수많은 대한민국 공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대본이 만들어졌다.

'공주(孔主)들'은 2018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했으며 지난해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선정돼 재연 무대에 올랐다. 제40회 서울연극제에서는 '우수상', '관객평가단 인기상 관객훈장', '신인연기자상(김공주역 양정윤)'을 수상했다. '공주(孔主)들2020'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 '여성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 번째 무대를 맞이한다.

2018년 '공주(孔主)들'은 김공주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성매매 역사를 들여다봤고, 2019년 '공주(孔主)들'은 김공주의 삶을 바라보고 듣는 우리의 태도와 입장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강요된 당사자의 피해자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으며, 2020년 '공주(孔主)들'은 김공주의 삶이 우리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자 한다.

극단 신세계는 '거리두기 객석제'를 도입하고 극장 입장 시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필수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조치 하에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