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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의 시선] 카카오톡부터 위치정보까지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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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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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부터 코로나19, n번방까지... 여론이 달라졌다

#개인의 자유 대신 통제와 관리의 시대

#디지털시대 '공권력'의 쓰임에 주목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최근 정부의 감시권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위치정보부터 온라인상에서의 활동까지 공권력의 감시공간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신 파놉티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디지털시대 감시권력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놉티콘은 1794년 영국에 등장한 '원형감옥'으로 중앙의 원형감시탑에서 감시자가 수용자의 모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위치정보부터 카드결제, 출입기록까지... 코로나가 앗아간 우리 프라이버시

지난 12일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정부에 이태원 주변 기지국 접속 정보를 일괄 제출했다. 이를 통해 클럽 방문자를 포함, 주변에 머문 사람들의 통신기록 등이 모두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단순 위치정보를 넘어 카드결제 정보까지 확보, 확진자를 추려내 단기간에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했다.

정부는 전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76조 2항)에 따라 이태원 주변 이동정보를 취합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자치단체장의 요청을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통신사업자에 감염병 환자와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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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클럽을 방문하지 않은, 당시 주변을 머물던 사람들의 개인정보까지 모두 정부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지난 24일, 클럽 등 유흥시설에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유흥주점과 콜라텍 등 집합제한 명령을 받은 곳은 의무적으로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해야한다.

관련업계에선 이번 사례로 인해, 향후 당국이 필요에 따라 이와 유사한 정보취합을 업계에 요구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QR코드의 경우,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경계 단계에서만 한시 운영할 계획이지만,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생활 통제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한다는 공익이 우선시 됐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일단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향후 공권력이 과잉행사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n번방 방지법의 또다른 이름은 '카톡 감청법'?

지난 20일 국회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의5 제2항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쉽게 말해 n번방 일당과 같은 범죄자가 온라인상에서 불법 성착취물을 게시할 경우, 사업자가 책임지고 삭제해야한다는 것.

시행령 마련 절차가 남아있지만 관련업계에선 이번 법안으로 인해 사적검열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 사업자가 카톡방부터 네이버 카페, 이용자 클라우드, 블로그글까지 사업자가 들여다봐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3단체)은 일제히 규제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각종 사회적 문제를 규제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사회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본다면 더 신중했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기협의 한 관계자는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법안들의 시행으로 국내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더해지고 동종 유사 범죄가 근절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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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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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여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터넷실명제)는 표현과 언론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2년 뒤 범죄자 색출을 명분으로 꺼내든, 박근혜 정부의 검열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국민은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망명'을 택했다. 당시 무려 2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썰물처럼 카카오톡을 떠났다. 정부의 감시를 피해 텔레그램에서 자유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국내사업자인 카카오는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했고, 결과적으로 당국에 눈밖에 나 여러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은 온라인상의 자유 대신, 강력한 감시권력을 원하고 있다. 국민들은 보기 싫은 정치뉴스에 댓글이 쌓이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고, 온라인상에서 혐오 표현을 줄여야한다고 비판하며 특정 뉴스에는 아예 댓글을 달지 못하게 했다.

이모티콘 '화나요'는 사라지고 오로지 응원만이 자리했다. 누군가 쓴 댓글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떤 댓글을 달아왔는지 이력 또한 소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 조주빈 사건을 계기로 '그 방에 입장한 너희는 모두 살인자다'라는 피켓시위가 이어지며 여론이 직접 'n번방 방지법' 통과에 힘을 싣어줬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여론은 정부가 모든 국민의 움직임을 파악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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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경찰서 경찰관이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유동인구 분석 서비스 '지오비전'을 통해 실시간 유동인구를 파악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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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디지털 감시 사례로 당장 '21세기판 빅브라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고, 제2의 조주빈 일당이 등장하지 않도록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여론이 모여진 탓이다.

아울러 악플에 시달리는 인플루언서의 목숨을 살리고, 여전히 치료제를 찾지 못한 역병의 발원을 막기 위해선 이정도는 감수해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오는 8월5일 시행을 앞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 77.4%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 여론의 흐름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공권력은 한번 쌓아놓은 파놉티콘의 벽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가 끝나도 디지털 감시체계는 일상화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여론은 바뀔 수 있고, 정부가 광범위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을 때, 기업들이 어느 수준까지 응해야 하는지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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