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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코로나19 퍼지는 중남미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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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19일 백악관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게 ‘트럼프’ 이름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을 받은 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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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된 중남미 지역과 선긋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유지되면서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과의 관계도 비틀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최근 2주간 체류한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입국 금지는 오는 29일부터 시작되며 무역 거래는 중단되지 않는다. 이날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미국은 유럽 등 다른 코로나19 확산 지역에도 여행 금지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브라질을 특별히 겨냥한 것은 아니라지만, 브라질 안에서는 방역에 실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정치적 타격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시적인 결정이길 희망한다”고 했고, 에르네스토 아라우조 브라질 외무장관은 “미국이 브라질에 인공호흡기 1000대를 기증할 것이다. 두 민주주의 나라의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두 나라 사이에선 이미 잡음도 터져나왔다. 지난달 초 브라질에선 “미국이 중국에서 브라질로 오던 의료장비를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국무부는 이달 1일 성명에서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에서 세계적 리더십을 입증하고 있다”며 중남미 및 카리브해 연안 지역 중 전염병 취약국에 약 85만달러(약 10억5600만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인도주의 프로그램 예산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론 미국이 중남미에서 코로나19가 퍼질 때 무관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우방으로 꼽히는 과테말라의 알레한드로 히아마테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은 과테말라를 동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에서 마스크 한 장은커녕 10센트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히아마테이 대통령은 미 정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민자들을 과테말라로 추방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과테말라에 떠넘긴다’며 비판했다.

지난 3월 브라질·칠레·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파라과이·페루·볼리비아·우루과이 등 남미 9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상호협력하기로 결의했는데, 논의 과정 및 결과에 ‘미국의 역할’은 없었다. 마르셀로 에브라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지난달 1일 중국의 의료장비 지원을 두고 “그라시아스 차이나!!!(감사해요 중국)”라는 문장을 트윗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국무부 경제·에너지·기업담당 차관보를 지낸 호세 페르난데스는 지난 7일 미 외교매체 포린폴리시에 “코로나19 위기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스스로를 지키거나 미국 이외의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했다. 페르난데스는 “중남미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에서의 2차 유행 위험을 키우고,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남미 국가들과 중국이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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