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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삼성·현대차에 '구글세' 내라는 OECD…세수 축소에 불확실성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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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한 와중에도 ‘구글세’ 부과 시계는 예정대로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도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에 낸 세금은 국내에서 공제하도록 돼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대폰·차 기업까지 ‘구글세’ 부과



25일 경제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7월 초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일명 구글세)의 핵심 사항들을 합의할 예정이다. 어떤 기업에 얼마큼의 세금을 적용할지 구체적인 기준과 과세 방법이 정해지는 중요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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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당수의 한국 수출 대기업들이 이 세금의 적용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구글세는 당초 소셜미디어와 검색·광고, 콘텐트 스트리밍, 클라우드 컴퓨팅 등 특정 국가에 고정 사업장을 두지 않고 전 세계에서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게 세금을 걷기 위해 고안됐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유튜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이 조세회피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세금을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도 세금을 내라’는 게 골자다.

하지만 ‘IT 공룡’ 들이 많은 미국의 입김이 작용해 올해 1월 구글세의 범위가 휴대폰·자동차·가전·화장품 등 ‘소비자 대상 사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해외 소비자들에게 휴대폰·자동차·가전 등을 파는 국내 제조기업도 구글세 불똥을 맞게 됐다. 과세 대상 기준은 연 매출액(국내·해외 합산)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약 200개 기업들이 해당된다.



수출기업 많은데…세수 감소 가능성 커



OECD는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글로벌 보건 위기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작업(디지털세)은 전속력으로(full steam) 지속될 것”이라며 "오는 7월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회의 기간 중 화상 회의 형식으로 총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OECD가 예정대로 올해 연말 디지털세 최종 부과방안을 발표하면 규범화 작업 등을 거쳐 늦어도 2~3년 뒤 실제 부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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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도입하는 국가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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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이 있다 해도 디지털세가 가져올 변화는 막대하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구글·넷플릭스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 내는 디지털세보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은 법인세법에 따라 해외에서 부담한 세금의 경우 일정한도 내에서 국내 법인세 납부액에서 차감받는다. 결국 이 공제액만큼 국세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소비 시장이 큰 미국과 유럽의 경우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 임 위원은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데다, 추가 세입 여력도 없어 디지털세라는 새로운 세금으로 세수를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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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세 국제논의 최근 동향' 배경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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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외국마다 본사둬야 하나” 혼란



기업들은 디지털세가 현실화할 경우 세금 증감과 관계없이 글로벌 사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 수출 기업의 경우 본사는 한국에 두고 사업 운영은 전 세계에서 하는 구조인데, 이를 일정부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국적기업으로서 연구개발(R&D) 등이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런 기업의 투자활동까지도 해외로 상당부분 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동원 위원은 “디지털세는 소비자 대상 수출 사업이 많은 중국·일본·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이들 국가와 공조해 과세대상에서 해당 사업이 제외되도록 해야한다”며 “최소한 디지털 서비스 사업과 구분해 소비자 대상 사업에 낮을 세율이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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