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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채널A 보고서는 두번 잘랐다. 한번은 꼬리, 한번은 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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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5월 25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김보협 (기자)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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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뉴스사이다> 코너입니다. 김보협 기자, 오늘 채널A의 진상조사보고서가 공개됐어요. 채널A와 검찰 고위 간부간의 유착 의혹 사건. 일단 지난주에 채널A가 사과했었죠?

◆ 김보협> 지난주에 했던 그걸 사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협박 취재’와 ‘검·언 유착’ 의혹을 받는 채널A가 사과를 하기는 했는데요. 취재 윤리 위반은 시인했으나,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습니다. 취재 윤리를 위반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데요. 마치 자신이 검찰과의 거래를 통해 이득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취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가족까지 곤란해질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을 했거든요. 이건 취재가 아니죠. 따라서 취재 윤리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범죄에 가깝죠.

◇ 정관용> 뭐라고 인정했던 거죠?

◆ 김보협> “조사 결과, 저희 기자가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취재에 이용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 명백한 잘못이고, 채널에이의 윤리 강령과 기자 준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밝혔구요.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었습니다.

◇ 정관용>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어 기억이 안 나는 청취자들도 있을 거 같은데, 내용 소개해주시죠.

◆ 김보협> 채널A의 이아무개 기자는 지난 2월 금융사기 혐의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관련성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지인과 만나 “협조 안 하면 지금보다 더 죽는다” “유시민을 치면 검찰도 좋아할 것이다” 등 협박과 회유를 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장과의 통화라며 녹음도 들려줬죠.

◇ 정관용> 그런데 검찰 관련 대목은 채널A가 언급하지 않았죠?

◆ 김보협> 그래서 반쪽 사과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아무개 검사장과 공모했는지 여부인데요. 사실로 들어날 경우, 협박 취재보다 더 심각한 사안입니다.

◇ 정관용> 채널A가 자체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21일에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고, 이 보고서가 오늘 공개된 거죠?

◆ 김보협> 그렇습니다. 오늘 53쪽에 달하는 보고서 꼼꼼히 읽어봤는데요. 지난주에 이 보고서를 본 한 방통위원이 “기자와 검찰 고위 관계자의 통화 기록은 확인했지만, 사람 이름과 조직 등은 다 가려져 있다”며 “매우 미흡한 보고서”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 말이 정확했습니다.

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외부인사들은 실명으로 기재돼 있는데, 당사자인 이 기자의 이름은 정작 땡땡처리가 돼 있구요. 이 기자가 통화했다는 검찰 고위인사 이름도 알파펫 이니셜로 처리돼 있습니다. 김재호 채널A 공동대표가 지난달 9일 방통위 조사에서 출석해서 “해당 기자가 접촉한 검찰 인사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진술했거든요. 검찰 고위 관계자가 누구냐는 이 사건의 핵심인데도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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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김 기자가 직접 진상조사보고서를 읽어보니 어때요?

◆ 김보협> 보고서 이름부터가 이상합니다.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라고 돼 있는데요. 마치 취재는 정당했으나 방법상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뉘앙스입니다. “협박 취재와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더 적확한 표현이겠죠.

그리고 실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익명 처리돼 있습니다. 그리고 취재 경위와 보고라인, 취재지시 여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자료 확보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취재 당사자인 이 기자가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을 포맷해버렸다거나 2번 이후 추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진상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식으로 기재돼 있는데요. 이 기자만 취재 윤리를 위반한 나쁜 놈 만들고 나머지는 몰랐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한마디로 꼬리 한번, 몸통 한번, 이렇게 두 번을 자른 셈이죠. 이 기자의 윗선들, 그리고 채널A와 검찰.

◇ 정관용> 진상파악에 중요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해버렸다구요?

◆ 김보협> 시점이 중요합니다. 채널A가 MBC의 취채 내용을 안 시점이 3월 23일이구요. 실제 보도는 31일부터 이어졌는데요. 그러자 4월 1일에 채널A가 조사위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섭니다. 이 기자는 이즈음 증거인멸을 한 건데요. 디지털포렌식을 했지만 확보 못했다고 합니다. 취재 보고와 지시 경로로 쓰인 카카오톡도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진상파악이 정말 중요했다면 4월 1일에 조사위를 꾸리기 전이라도 23일부터 언제든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부터 확보했을 것 아닙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서 강제조사권 없고 증거자료도 상당부분 없어 조사에 한계 있었다고 기술한 겁니다.

◇ 정관용> 검찰 수사 앞두고 방어권 차원으로 봐야겠죠?

◆ 김보협> 보고서에 등장하는 본인의 해명은 “MBC 보도 이후 내가 인격적 쓰레기가 됐고 그래서 핸드폰을 다 지워버렸다”는 겁니다.

◇ 정관용> 휴대전화와 노트북 다 초기화했으면, 이철 대표 지인에게 들려줬다는 검찰 고위간부와 통화한 내용도 없어진 건가요?

◆ 김보협> 채널A의 보도본부장, 사회부장, 법조팀장 등이 이 기자를 최초 조사한 시점은 23일인데요. 이 당시만 해도 이 기자가 자신과 한 아무개 검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통화했다고 인정을 해서 31일까지는 실제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 뒤에 조사위가 제출하라고 하니 그제서야 초기화해버렸다고 설명하고 있거든요. 석연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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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이철 회장 지인을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에는 회사 간부들도 등장하는데요. 채널A 간부들은 정말 몰랐을까요?

◆ 김보협> 이 기자는 카카오톡 계정까지 탈퇴해버렸고 복구가 안 된다고 하니 나오는 게 없는데요. 그런데 의문점 중 하나는, 회사 안의 차장, 부장이 현장 기자들의 보고를 받고 취재를 지시한 기록들은 카카오톡에 남아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보고서에 따르면 그 기록들도 일정 기간이 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검찰 쪽에 채널A 기자와 검찰 고위간부와의 통화기록은 없다는 얘기를 해주기도 했는데요. 참 친절한 채널A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채널A는 앞으로 어떻게 한다고 하나요?

◆ 김보협> 가장 허탈한 부분인데요. 당사자들 징계하겠다, 성찰 및 혁신위원회 만들겠다, 취재 윤리 규칙을 신설하고 직무교육을 강화하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취재윤리규칙이 없었다는 것도 충격이구요.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사과에 진정성이 실리지 않고, 후속대책이라는 허무하기 짝이 없습니다.

방통위는 진상보고서가 미흡하다며 채널A에 구체적 조사를 추가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채널A는 더 나올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상 규명의 몫은 자연스럽게 검찰 수사로 넘어가는 분위기인데요. 하지만 검찰 수사도 적극적이지 않거든요. 어쩌면 올 가을께 출범할 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김보협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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