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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정호 살리기? KBO의 ‘솜방망이’ 처벌, 폭탄 떠안은 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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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강정호 상벌위원회’에 일벌백계는 없었다. 법리적 문제를 거론했으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여론’을 외면했다. ‘시한폭탄’을 구단에 넘긴 꼴이 됐다.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강정호(33)에 관한 KBO 상벌위원회 징계가 확정된 후 반응은 비슷했다. 1년간 훈련 참가 및 경기 출전이 금지돼도 ‘중징계’라고 판단한 이는 없었다. 미국에서 초조하게 상벌위원회 결과를 기다렸을 강정호도 안도했을지 모른다.

상벌위원회 개최 전 징계 수위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가벼운 처벌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중 예상 최소 실격 기간이 1년이었다. 강정호는 야구팬이 아닌 KBO 상벌위원회의 선처를 받은 셈이다.
매일경제

KBO 상벌위원회는 강정호가 돌아올 길을 열어줬다. 구단은 폭탄을 떠안게 됐다. 사진=MK스포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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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음주운전을 한 데다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강정호였다. 그러나 음주운전 3회 이상을 저지르면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실격 처분을 내리라고 명시된 제재 규정은 2018년 9월에 개정해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신분도 KBO리그에 등록된 선수가 아니었다.

또한, 2009년과 2011년에 미신고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있었으나 공소시효에 따른 ‘과거의 일’이라고 여겼다.

여러 법리적 사안을 고려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점을 들어 1년 유기실격을 결정했다. ‘강정호 아웃’을 바랐던 야구팬에게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마라톤 회의의 결과는 실망을 넘어 분노케 했다.

‘살인 미수’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고 강정호 복귀에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으나 눈치만 살피던 KBO도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정운찬 총재가 취임할 때부터 강조했던 ‘클린 베이스볼’과도 거리가 멀었다.

KBO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에 난감한 건 ‘현장’이다. 결과적으로 강정호 복귀의 최종 결정은 구단에 있다. 어떤 기준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강정호 복귀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되자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당장 공은 강정호의 보류권을 가진 키움 히어로즈에 넘어갔다. 강정호의 징계는 구단과 계약 후 발효된다.

히어로즈 구단은 아직 강정호의 공식 임의 탈퇴 해제 공식 요청이 없었다며 신중한 반응이나 그 절차를 곧 밟게 될 터다. 강정호는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마지막으로 야구를 할 기회’를 강조하며 KBO리그 복귀 의사를 피력했다. 조만간 강정호 계약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강정호가 꼭 히어로즈 구단에서만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임의 탈퇴 해제 후 보류권을 포기한다면, 다른 9개 구단이 강정호와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히어로즈 구단이 ‘다른 이득’을 취하고자 강정호를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도 있으나 선행 조건은 ‘계약’이다. 트레이드는 1년 징계가 끝난 뒤에나 가능하다.

상벌위원회 징계 수위에 맞춰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한 건 아니다. 히어로즈 구단은 상벌위원회 제재 발표 및 강정호의 공식 복귀 의사 이후에 움직인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 생각 없이 지켜만 본 건 아니다. 다른 9개 구단도 복잡한 심경으로 강정호 복귀 진행 과정을 바라볼 터다.

10개 구단이 모두 강정호를 외면할 수 있을까. ‘악마의 재능’이 탐날지 몰라도 강정호와 계약은 국민감정에 반하는 결정이다. ‘전력 강화’라는 단기적인 관점보다 ‘구단의 존재 가치’라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때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으며, 팬이 없는 팀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든 건 KBO다. 엄중한 벌을 내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시련이다. 칼자루를 쥔 구단은 엄청난 부담 속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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