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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강정호에 관용 베푼 KBO, ‘정운찬 클린베이스볼’은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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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도곡동) 안준철 기자

이 정도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관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실상 상습 음주운전 범죄자 강정호(33)에게 ‘면죄부’를 발행했다. ‘클린베이스볼’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정운찬 총재만 멋쩍게 됐다.

KBO는 25일 오후 3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와 관련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상벌위원회는 최원현 위원장은 물론, 상벌위원인 김기범 경찰대 교수,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장, 민경삼 KBO자문위원, 김재훈 변호사가 참석했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1년 유기실격, 300시간 봉사활동 제재가 결정됐다. 강정호의 징계는 KBO 구단과 계약한 시점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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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1년 유기실격, 300시간 봉사활동을 이행하면 KBO리그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사진=MK스포츠 DB


많은 관심이 집중된 상벌위원회였다.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강정호의 선수 생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전 사무총장인 김선웅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지난 20일 임의탈퇴 복귀 의향서를 제출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뛴 2014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진출했던 강정호는 임의탈퇴선수 신분이라 KBO리그에 복귀할 경우, 친정인 키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단 키움과 교감 없이 개인 자격으로 복귀 의향을 내비쳤다.

임의 탈퇴에 앞서 상벌위원회 개최는 강정호의 3차례 음주운전 때문이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주가를 높이던 2016년 12월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이후 동승자와 운전자 바꿔치기도 시도했다. 재판에 넘겨졌고, 과거 두 차례(2009년, 2011년) 음주운전 사실까지 알려졌다. 강정호의 야구 인생도 음주운전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물론 자업자득(自業自得)인 결과다.

쟁점은 야구규약의 소급적용이 됐다. KBO는 2018년 야구규약을 손질하면서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시 3년 유기실격 징계가 명문화됐다. 강정호도 이 규정을 적용하면 3년 자격정지다. 복귀를 하려면 36세, 한국식 나이 계산법으로는 37세로 선수로는 말년이다. 복귀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1년 정도면, 강정호로서도 나쁘지 않다. 1년 동안 열심히 몸을 만들어 복귀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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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KBO 총재는 클린배이스볼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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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KBO가 강정호에게 관용을 베푼 셈이다. 상벌위원장부터 상벌위원까지 3명의 법률가가 포함돼 있고,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는 법리적인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3차례 이상 음주운전 적발, 3년 이상 유기실격이라는 징계의 소급적용이 아니더라도, 강정호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단은 있었다.

바로 ‘총재의 의지’다. 야구규약 부칙 제1조는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소급적용은 애초 쟁점이 될 수 없었다. 총재의 권한으로 더 엄한 징계를 내릴 수 있었다.

상벌위원회가 결정한 제재를 최종 승인을 하는 이도 바로 총재다. 이날 상벌위원회는 2시간 정도 심의를 했고, 1시간 가량 심의에 대해 검토를 했다. 아마 정운찬 총재가 숙고하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KBO의 결정에 따라 강정호는 웃게 됐다. 상습 음주운전 범죄자를 감싼 모양새다.

정운찬 총재가 KBO에 부임한 이후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클린베이스볼’이다. 이번 결정으로 ‘클린베이스볼’은 역주행했다. 비난 여론도 들불처럼 일고 있다. '야구의 가치에 심한 생채기가 났다', '이제 야구 따위는 보지 않겠다', '야구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조직인 KBO가 야구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들을 정운찬 총재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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