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멈추지 말아야" 이용수 할머니, 30년 철학담은 '위안부 운동' 갈길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민 주도·30년 성과계승·투명성 확보' 3원칙 제시

"시민·정부 함께 '위안부' 문제 조속한 해결 나서야"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시민과 정부가 함께 나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정의연의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느라 위안부 피해자 운동 방향성을 제대로 언급하지 못했지만, 기자회견문에는 지난 세월 이 할머니가 온몸으로 느낀 피해자 운동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이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손가락질과 거짓 속에 부끄러웠던 이용수였지만 이 투쟁을 통해 오롯이 내 자신인 이용수를 찾았다"며 "먼저 가신 피해자 언니들과 함께 이 문제를 이용수가 꼭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던 이 할머니는 해방 이후인 1992년 6월25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피해를 알렸다.

당시 이 할머니는 자신이 아닌 친구의 이야기처럼 거짓으로 속여 피해를 알릴 만큼 피해사실을 밝히는 데 용기를 내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1992년 6월29일 수요집회를 시작으로 수 십년간 당시의 참상과 피해, 인권유린을 고발하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이 할머니는 오랜 시간 끌어온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해결이 되려면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 3가지 원칙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현재 드러난 문제(정의연의 회계불투명성·후원금 유용 논란 등)들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이뤄온 시민의식에 기반해 교정되고 수정돼 갈 것이란 믿음이 있다"며 "우리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것을 전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었다.

이 할머니가 밝힌 활동 방향은 총 6가지인데 이 중 대부분이 시민 스스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시민 주도' 방식이 골자다.

이 할머니는 "한·일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책임감을 갖고 머리를 맞대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진정한 해결 방안이 되려면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하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이 할머니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교류 방안을 마련하고 공동행동 등 계획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를 위해 이 할머니는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달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구를 새롭게 구성해 피해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소수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그동안 정대협과 정의연이 이뤄온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 할머니는 피해자 지원 단체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선정부터 운영 규정, 시민의 참여 방안, 과정 공유와 결과 검증까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문 마지막까지 시민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이 운동이 시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성장해 온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hahaha8288@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