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도·30년 성과계승·투명성 확보' 3원칙 제시
"시민·정부 함께 '위안부' 문제 조속한 해결 나서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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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시민과 정부가 함께 나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정의연의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느라 위안부 피해자 운동 방향성을 제대로 언급하지 못했지만, 기자회견문에는 지난 세월 이 할머니가 온몸으로 느낀 피해자 운동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이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손가락질과 거짓 속에 부끄러웠던 이용수였지만 이 투쟁을 통해 오롯이 내 자신인 이용수를 찾았다"며 "먼저 가신 피해자 언니들과 함께 이 문제를 이용수가 꼭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던 이 할머니는 해방 이후인 1992년 6월25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피해를 알렸다.
당시 이 할머니는 자신이 아닌 친구의 이야기처럼 거짓으로 속여 피해를 알릴 만큼 피해사실을 밝히는 데 용기를 내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1992년 6월29일 수요집회를 시작으로 수 십년간 당시의 참상과 피해, 인권유린을 고발하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이 할머니는 오랜 시간 끌어온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해결이 되려면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 3가지 원칙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현재 드러난 문제(정의연의 회계불투명성·후원금 유용 논란 등)들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이뤄온 시민의식에 기반해 교정되고 수정돼 갈 것이란 믿음이 있다"며 "우리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것을 전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었다.
이 할머니가 밝힌 활동 방향은 총 6가지인데 이 중 대부분이 시민 스스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시민 주도' 방식이 골자다.
이 할머니는 "한·일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책임감을 갖고 머리를 맞대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진정한 해결 방안이 되려면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하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이 할머니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교류 방안을 마련하고 공동행동 등 계획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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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청소년들이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를 위해 이 할머니는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달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구를 새롭게 구성해 피해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소수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해선 안 된다"며 "그동안 정대협과 정의연이 이뤄온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 할머니는 피해자 지원 단체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선정부터 운영 규정, 시민의 참여 방안, 과정 공유와 결과 검증까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문 마지막까지 시민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이 운동이 시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성장해 온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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