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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중 사이에 낀 EU, 對中 ‘강경 기류’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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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웰 EU 고위대표 ‘강력한 대중 전략’ 역설

EU, 지난 3월 中 전략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체제 경쟁 라이벌’ 언급

홍콩 독립 무산 시도·코로나19 대응 등 중국 외교 행태 반감 고조

헤럴드경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앞을 지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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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손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책임공방으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 간의 신경전이 신(新)냉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 강대국들이 대거 포함된 유럽연합(EU)에서 최근 대중 강경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중국 고립정책’에 다소 소극적 반응을 보여왔던 EU였지만,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 속에서 부적절한 대응을 일관하고 있는 중국과 리더십을 잃은 미국 사이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EU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핵심 인물들은 잇따라 대중 강경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5일(현지시간) 회상으로 진행한 연례 독일 대사회의에서 “더 강력한 대(對)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서양에서 동양으로 권력이동이 이뤄지는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U로선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EU의) 27개 회원국은 스스로의 국익과 가치를 따라야 하며 어느 한 쪽의 도구가 되는 걸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국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EU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는 최근 중국과 유럽 간의 ‘상호주의’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나는 손님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서 그들이 나를 다시 초대하지 않으면, 앞으로 그 손님을 초대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다”면서 “유럽이 대중 정책에 있어 더 확고하고 자신감있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 내부에서 이 같은 대중 강경기류가 감지된 것은 비단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3월 EU집행위원회는 새 중국 전략보고서를 발표하고 처음으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의 라이벌’로 규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민족주의적 노선이 강화되고, 다수의 EU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입 과정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중국에 대한 EU의 경계심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당시 보고서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전례없이 커지면서, EU에서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 사이의 균형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후 중국이 보여준 홍콩에 대한 만행과 유럽에 대한 시장 개방 거부 움직임, 그리고 유럽 대중주의자들과 손을 잡으려는 행동들이 EU의 반감을 더욱 고조시켰고, 최근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주장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유럽을 깎아내리려는 중국의 시도까지 겹치면서 대중 강경론이 전면에 부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필립 르 코레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비상임연구원은 “코로나19는 마침내 중국에 대한 유럽의 인식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중국의 외교는 역효과를 냈다”고 분석했고, 앤드류 스몰 유럽외교위원회 선임정책연구원은 “중국은 미국과의 정보싸움에서 유럽을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부족했으며, 결국 다른 국가가 실패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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