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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우주 초기 은하 충돌이 만든 도넛 형태 '불의 고리' 은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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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억 광년 밖서 원반 은하 확인…기존 은하형성 이론 '흔들'

연합뉴스

다른 은하가 은하 중앙을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충돌형 고리 은하 형성 과정
[James Josephides, Swinburne Astronomy Production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108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은하간 충돌로 형성된 도넛 형태의 고리 은하가 관측돼 학계에 보고됐다.

'R5519'로 명명된 이 은하는 초기 우주에서는 전혀 관측되지 않던 형태로 은하 구조의 형성과 진화에 관한 이론을 뒤흔드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주연구위원회(ARC) '3차원 전천(全天) 천체물리학(ASTRO 3D)' 전문가 조직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 등에 따르면 스윈번 공대 '천체물리학 및 슈퍼컴퓨팅 센터' 소속 ASTRO 3D 연구원인 위안톈톈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은하 R5519 관측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하와이 W.M.켁 천문대가 수집한 분광 자료와 허블우주망원경의 이미지를 분석해 R5519 은하가 우리 은하와 비슷한 질량을 가졌으며, 별이 밀집한 팽대부가 있어야 할 은하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구멍의 지름은 1만7천612광년으로 지구~태양 거리 천문단위(1AU)의 20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난해 직접 이미지가 포착된 M87 은하 중앙의 초대질량 블랙홀보다 300만배 더 큰 것이다.

이 구멍 밖으로 평균 4만2천400광년까지 고리 형태로 은하를 구성하고 있는데 연간 80개의 별을 만들어내고 있다.

위안 박사는 "별 생성률이 우리 은하의 50배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고리에서 형성되고 있어 진정한 '불의 고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둥근 고리를 가진 은하가 인근 다른 은하의 물질이 강착하거나 궤도공명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다른 은하가 은하 중앙을 통과(충돌)하면서 형성되는 것은 극히 드문데 R5519는 이른바 이런 '충돌형 고리 은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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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망원경으로 포착한 R5519 이미지
[Tiantian Yuan/Hubble Space Telescop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돌형 고리 은하는 우리 은하 주변의 "국부"(local) 우주에서 일반 고리 은하 대비 1천분의 1 수준으로 드물게 관측될 뿐 빅뱅 이후 약 30억년 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 우주에서는 전혀 관측되지 않던 형태다.

특히 충돌형 고리 은하가 만들어지려면 은하에 얇은 원반이 형성돼 있어야 가능한데, 지금까지 은하 형성 이론은 빅뱅 이후 40억~60억년 뒤에나 이런 얇은 원반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빅뱅 직후에는 은하 모양이 뚜렷하지 않고 별들도 제각각 움직이는 어수선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질서를 찾으면서 나선은하의 전형적인 특징인 원반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우리 은하는 이 원반이 빅뱅 이후 50억년가량 흐른 90억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분석돼 있다.

연구팀은 약 11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형 고리 은하가 발견된 것은 나선은하의 원반이 지금까지 추정돼온 것보다 훨씬 더 이전에 형성됐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결과는 지난주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연구소(MPIA)의 마르첼 넬레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약 125억광년 떨어진 곳에서 대형 회전 원반 은하인 'DLA0817g'(울프디스크)를 관측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기존 은하 형성 이론과 달리 초기 우주에서 원반 은하가 드물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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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형 고리 은하 상상도
[James Josephides, Swinburne Astronomy Production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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