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의회·사법부 비난 집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보건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는 물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대통령이 어긴 것이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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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가운데 일부 지역의 보건 시스템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이유를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행보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과 브라질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브라질 보건 전문가들은 전국 27개주 가운데 상파울루주와 리우데자네이루주, 페르남부쿠주, 아마조나스주, 파라주 등 최소 5개 주의 보건 시스템이 붕괴 직전의 상황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상파울루주의 경우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일부 대형 병원 병상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며 환자를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시설이 취약한 내륙지역으로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토착민 보호단체의 조사 결과, 아마존 지역 토착민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2.6%로 전국 사망률(6.4%)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이미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 활동가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아마존 토착민들은 열대우림 밖 질병에 대한 항체가 거의 없다”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면 ‘집단학살(genocide)’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평소 코로나19를 ‘작은 독감(little flu)’으로 부르며 경제 봉쇄 해제만을 주장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집회에 참석해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한 것은 “세계 언론이 좌파”이기 때문이란 엉뚱한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언론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브라질의 트럼프’란 자신의 이미지를 더 강화하는 데 몰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열린 의회·사법부 비난 집회에도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들과 악수와 포옹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는 물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대통령이 어긴 것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시의 아서 비르질리오 네토 시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제발 입을 닫고 집에 있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대통령의 꿈은 독재자지만 너무 멍청해 나라를 통치하지 않고 있다”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 역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50%로, 긍정(25%)의 두 배가 넘었다.

여기에 브라질 전역에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야권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한편, 겨울로 향해가는 남미에선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6일 오전 1시(GMT, 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37만6669명, 사망자수는 2만3522명을 기록하고 있다.

페루의 경우에도 사망자 수가 2주마다 약 2배로 늘고 있으며, 칠레·에콰도르도 확진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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